3월 4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1층 접수창구 대기실에 좌석이 비어 있다. 전공의 공백사태가 길어지면서 환자 이탈현상을 빚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4일 대전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방침과 전공의 집단 사직사태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면서 진료나 입원을 더는 기다리지 못한 환자들이 1~2차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날 오후 대전한국병원에서는 입원 기간 사용할 생필품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끌거나 작은 손가방을 쥐고 입원 수속을 밟는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주말 사이 사태를 지켜보던 환자들이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합병원에서라도 입원해 진료를 이어가기 위해 기록을 들고 찾아오는 것이다.
병원에서 만난 골절환자 A(56)씨는 "지난달 교통사고를 당해 대학병원에서 골절 치료를 받았는데 추가 진료나 수술이 어렵다고 다른 병원으로 이원을 요청해 이쪽으로 넘어왔다"라고 설명했다. 이곳 병원에서도 전공의 3명의 지난달 사직서를 냈으나, 여러 의사가 순환하며 당직 근무해 응급실 공백을 메우고 늘어나는 입원환자도 수용하는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사법 절차 등을 예고했으나 진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전공의가 거의 없는 상태다. 충남대병원 파견직 전공의 16명을 비롯해 병원에 있던 전공의 168명이 사직서 제출 후 4일 오전까지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건양대병원 99명, 대전과 유성선병원에서 26명이 사직서 제출 후 복귀하지 않았으며, 대전성모병원에서 사직 전공의 56명 중 1명이 돌아와 근무 중이다.
더욱이 이달부터 수련병원에서 근무 예정이던 인턴들도 임용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충남대병원 신규 인턴 60명을 비롯해 건양대병원 30명, 을지대병원 27명, 대전성모병원 25명 모두가 임용식을 받지 않거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4일 파악됐다. 대전선병원에서 이날부터 근무할 예정이었던 인턴 5명도 충원되지 않았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인턴 예정자 32명 모두가 수련 신청을 포기했고 천안 단국대병원에서도 인턴 예정자 36명 중 32명이 임용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 취득한 전임의들도 임용 포기 사례도 관측되고 있다. 전임의 임용 계약은 병원마다 이번 주중 이뤄질 예정으로, 전임의까지 임용 포기가 확산될 경우 진료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응급실 가동률이 40%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전공의가 의사면허 정지되어 공백이 6개월 이어지는 상황은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유급으로 인한 의사인력 배출 적체 또한 심각한 사안으로 환자를 위해서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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