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28- 봄꽃 피면 진미 꽃게장 맛보러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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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28- 봄꽃 피면 진미 꽃게장 맛보러 가세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3-04 17:14
  • 신문게재 2024-03-05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금년 재경보령시향우회이 주최한 신년하례회가 시작되기 전 서해안시대를 여는 글로벌 해양 도시 보령의 미래 비젼을 알리는 홍보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에는 오천면 원산도 등 5개 섬에 2030년까지 1조1254억원을 들여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맛있는 여행'을 하는 필자의 관심 사항인 보령의 맛이 무엇이냐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김동일 보령시장께 질문을 했다.

"시장님! 혹시 보령을 대표하는 음식은 뭐가 있죠?" "보령의 맛있는 음식들 많죠. 꽃게탕이라든가. 다양한 해산물 그리고 김이 아주 맛이 있어요"

50여년 이상 맛을 찾아 전국을 누벼 왔던 필자는 지방 여행 중 맛 집 찾기가 애매할 때 그 지방의 군수부속실에 전화하여 "군수님 자주 가는 맛 집이 어디죠?" 하고 묻고는 했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리뷰(review)'가 많이 달린 집 중 평가가 좋은 집을 찾게 된다.

그런데 필자는 가능한 한 인터넷에 많이 소개 되거나 이미 방송에 많이 나온 집들은 가급적 피하고 지역민들에게 물어 그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 숨은 맛 집 위주로 글을 쓴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집 사람과 '우럭젓국'을 취재하기 위해 보령을 찾았다.

물론 '우럭젓국'은 보령 말고도 서산. 태안에서도 즐겨 해 먹는 서해안의 향토음식으로 전남 신안에서 '우럭간국'이라고 한다.

보령의 '우럭젓국' 맛 집이라 해서 찾은 모 식당에 들어서 '우럭젓국' 주문을 하니 두 세 시간 전에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정도의 정보도 모르고 찾아 간 필자의 무모함이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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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청해진 해물명가. (사진= 김영복 연구가)
할 수 없이 그 식당을 나와 100여 미터 떨어 진 '청해진 해물명가집에 들어갔다.

이번 '맛있는 여행'은 포기하고 점심이나 먹고 올라가자고 들어 선 집이다.

마침 보령시 김 시장께서 자랑하시던 보령의 꽃게 게장이 있어 '꽃게 간장게장'을 시켰다.

그런데 둘이 먹기에 충분한 푸짐한'꽃게 간장게장' 그리고 12가지 이상의 깔끔하고 맛깔스런 반찬 간장게장을 입에 넣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집 정도라면 '맛있는 여행'에 충분히 소개할 만한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짜지 않은 적당한 간 부드러운 게살,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식감에서 우러나는 감칠 맛 이번 여행에서 횡재한 기분이다.

이 집은 개업한지는 그리 오래 된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식당 내부가 깨끗해 보인다.

꽃게는 봄 . 가을이 제철이고 키조개는 봄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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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 (사진= 김영복 연구가)
중도일보 맛있는 여행에 소개하겠다고 하니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Signature Menu)는 '해물삼합 철판구이'라고 한다.

이 집의 '해물삼합 철판구이' 구성은 '관자', '대패삼겹살', '가리비', '전복', '새우'에다 숙주, 부추, 새송이 버섯의 환상적인 조합에 치즈가 어우러져 식감을 자극한다.

여기서 관자는 껍데기를 닫기 위해 조개 내부의 안쪽 면에 단단하게 붙어 있어 잘 떨어지지 않는 질긴 근육. 특히 가리비나 키조개의 관자를 즐겨 먹는데, 이 관자를 폐각근(閉殼筋)이라고도 한다.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학자인 허균(許筠 1569-1618)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이나 『성소부부고(惺所覆藁)』에 전복 등 다양한 패류(貝類)중 '자합(紫蛤)'을 소개하며 "동해에서 난다. 크고 살이 희며 맛이 달다."라고 나온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자합(紫蛤)'이 '키조개'다.

한편 조선 말 거창 도산서원(道山書院)의 강장(講長)을 지낸 문인(文人) 백후(柏後) 김기수(金 基洙 1818~1873)의『백후집(柏後集)』에도'자합15개(紫蛤十五箇)'가 등장한다.

그런데, 조선 시대 후기 순조 14년(1814) 정약용의 형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키조개를 '키홍합'이라 소개하고 '큰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고 평평하고 넓으며 두껍지 않다. 실과 같은 세로무늬가 있고 빛깔은 붉고 털이 있다. 돌에 붙어 있다가 곧잘 떨어져 헤엄쳐 간다. 맛은 달고 산뜻하다'고 하였다.

이 키조개는 보령을 비롯한 충청남도 서해안 일부지역과 전라남도 . 전라북도 해안지역이 주 서식지인데, 요즘은 남해와 동해 일부지역에서도 잡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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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간장게장과 상차림. (사진= 김영복 연구가)
키조개(comb pen shell)는 농가에서 곡식을 까불어 돌이나 쭉정이 같은 것을 골라내는 앞은 넓고 평평하며, 뒤는 좁고 우긋하게 고리버들을 엮어 만든 도구인 키(箕-챙이)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라도에서는 게지 또는 게이지, 경상도에서는 채이조개 또는 챙이조개라고 부른다. 충청도에서는 치조개라고도 한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키조개는 일본말로 '다이라기'라 하는데 일본의 시중에서는 조개모양이 평평하게 생겼다하여 '다이라가이'라는 사투리 말을 쓰기도 한다.

특히 키조개는 충청수영이 있어 한반도 중부 해안 지역의 군사 요충지로 쓰였던 천수만을 앞에 두고 있는 충남 보령시 오천항, 신흑동 대천항에서 한반도 키조개 생산량의 60% 정도를 감당한다고 한다. 천수만에서 나오는 키조개가 주로 오천항에 모이는 것이다.

키조개는 연근해의 수심 20~50m 뻘(沙泥質)에 주로 서식하며 7, 8월 산란을 시작하는 성숙한 난소는 적갈색(담홍색)을 띠고 정소는 연한 황백색(유백색)을 띤다. 이 시기에는 자원 보호를 위해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여름철 조개는 가급적 피해야 하는데 해수 온도 15도 C 근처에서 가장 많이 생성되는 조개독소는 마비성 패독, 설사성 패독 등 다양하며 과량 섭취시 호흡 마비를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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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 관자. (사진= 김영복 연구가)
키조개는 늦은 봄인 5, 6월에 잠수기 어업으로 채취하는데 일명 머구리로 불리는 잠수부가 개펄 속에 묻혀 보일 듯 말 듯 한 키조개를 갈고리로 찍어 올린다. 서해안에 식인상어가 출몰하여 잠수부를 괴롭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키조개를 캘 때 내는 딱딱거리는 소리와 비린내가 상어를 유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키조개는 1년 내내 나오지만 봄이 제철이다.

봄 바다가 품은 보물이 키조개라고 할 만큼 봄 키조개는 찰기가 있고 단맛이 더 난다고 한다.

키조개는 여느 조개와 달리 큼직한 패주(貝柱) 를 가지고 있다. 패주는 조개관자라고도 부른다. 패주는 조개가 자신의 껍데기를 열고 닫기 위해 만들어놓은 근육이다. 생물학적 용어로는 폐각근(閉殼筋) 이다. 보통의 조개 패주는 작고 질기다. 보통의 조개는 '발' 이라 부르는 근육을 껍데기 바깥으로 내밀어 이동을 하므로 패주와 같은 기타의 근육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키조개는 붙박이 생활을 하니 강한 근육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키조개에는 '발' 이 안 보이며 패주는 작고 질긴 근육보다는 큼직하고 부드러운 근육으로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개관자를 삶아 말린 포(脯)를 일본말로 '가이바시라'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가이바시'라 하는데, 본디 말은 '가이바시라'로 분명 일본말이며 우리말로는'조개관자'라 해야 맞다.

오천항에는 키조개의 패주를 떼어내고 있는 장면을 볼 수가 있다. 패주 떼는 기구는 커다란 숟가락처럼 생겼는데, 작업자들은 이를 '주걱' 이라 부른다.

껍데기를 벌리고 패주를 떼어내는 딱 두 번의 동작으로 패주와 껍데기가 완전히 분리된다.

껍데기에서 떼어낸 패주는 내장을 제거하고 볏짚으로 가운데를 관통하여 5개 한 묶음으로 꿴다. 시장에서 흔히 보는 방식의 묶음이인데, 패주 옆에 붙어 있는 것은 '날감지' 라 하는데 이 역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뽀득뽀득 씻어 국을 끓이면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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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삼합철판구이. (사진= 김영복 연구가)
어쨌든'청해진 해물명가'의 '해물삼합 철판구이'주 재료는 보령 오천항에서 공급해 온 키조개 관자다.

'키조개관자'와 함께'대패삼겹살' '가리비' '전복' '새우'에다 숙주, 부추, 새송이 버섯에 치즈를 넣어 철판에 굽는'해물삼합 철판구이'는 술안주와 간단한 식사로 아주 좋은 음식이라 할 것이다.

한편 보령시에서는 오천항에서는 매년 4월말에서 5월초면 키조개축제를 연다고 한다.

보령 지역 키조개는 보령9미 중 하나로, 키조개를 이용한 샤부샤부, 꼬치, 구이, 무침, 회, 조개전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 키조개회는 패주를 둥글게 5등분하여 초장을 곁들여 먹는다. 키조개구이는 소, 돼지고기와 곁들여 소금을 뿌려 살짝 구워 먹는다. 관자불고기는 불고기 양념을 하여 꼬치에 패주와 함께 끼운 뒤 그릴에 굽는다. 키조개전은 둥글게 썰어 달걀을 씌운 후 노릇노릇하게 전을 지진다. 키조개죽은 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키조개와 쌀을 넣고 노릇노릇할 때까지 충분히 볶는다. 솥에 물을 넉넉히 붓고 약한 불에 쌀알이 푹 퍼질 때까지 오래도록 끓인다. 죽이 다 끓으면 재래식 간장, 소금 등으로 간을 맞춘 다음 식성에 따라 계란이나 김가루를 넣어 먹는다. 샤브샤브는 키조개를 둥근 모양으로 얇게 썰어 양념된 국물에 살짝 담갔다가 먹는데, 너무 익으면 맛이 덜하므로 살짝 데쳐내야 한다.

한편 키조개 관자(貫子)를 '개두(頭)'라고도 하며, 키조개 관자에 갖은 야채를 넣어 끓인 보약(補藥)과 같은 음식을'개두보채(頭補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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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 관자. (사진= 김영복 연구가)
'개두보채(頭補菜)'는 전골냄비에 쪽파, 마늘. 깻잎, 은행, 참깨 실고추, 버섯, 당근 등으로 색깔을 맞춰 모양 있게 올리고 키조개관자를 썰어 얹은 후 쇠뼈 고음한 육수를 부어 끓이면 희뿌연 국물이 담백하여 식욕을 돋우며, 지방질이 없고 핵산 아미노산이 풍부한 건강식이다.

특히 궁중보채(宮中補菜)는'개두보채(頭補菜)'와 같이 키조개가 주 재료이며, 다른 점이 있다면 얼큰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소의 막창이 약간 들어가 독특한 맛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필자는 궁중보채(宮中補菜)와'개두보채(頭補菜)'를 보령의 향토음식으로 적극 추천한다.

키조개는 아연이 100g당 12.8㎎이나 함유되어 있는 아연의 보고(寶庫)인데, 아연은 갑상선 호르몬과 인슐린, 성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들의 작용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또한 단백질 [100g당 18.2g]과 타우린 [100g당 994mg]이 풍부하고 피를 깨끗하게 하는 정혈작용(淨血作用)도 있어 임산부의 산후조리나 피로회복에 좋으며 술에 혹사당한 간장을 보호하는 데도 유용한 수산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필수아미노산과 철분의 함량이 많아 빈혈,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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