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기다"란 속어가 있다. 물론 상대는 무엇인가 힘이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미리 일처리 및 행동 하는 것이다. 어떤 정황이나 남의 마음을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눈치, 표정이나 몸짓 통해 속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에 더하여 그에 맞도록 알아서 행동하고 일하는 것이다. 비굴하달까, 부정적 또는 조롱 섞인 말이다.
중국에서는 촌탁(忖度)이라고 한다. 시경 교언편에 나오는 "타인 마음에 있는 것을 내가 헤아린다(他人有心 予忖度之)"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에서는 그 뜻이 더욱 나쁜 뜻으로 사용된다. '손타쿠(Sontaku)'로 발음하는데, "윗사람이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눈치껏 알아서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모리토모 학교 비리 사건에서 재무성이 아베 신조의 눈치를 살펴 공문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이 유행어가 한국에까지 전해질 정도로 이슈화되었다. 결국 일본 야후 재팬이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유행어에 올랐다. 상대방 의향을 과도하게 살핌으로서 불러오는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용한다.
요즈음 신문기사에 '대통령 심기경호'라는 용어가 더러 눈에 띈다. 대통령의 마음에 맞게 업무처리 한다는 뜻이다. 제5공화국 때 장세동 당시 대통령경호실장이 "대통령의 마음이 편안해야 국정도 잘되니 심기까지 경호하자"라고 한데서 유래된 신조어다. 알아서 기다, 촌탁, 심기경호 모두 다르면서 같은 말이다. 아부, 과잉충성을 의미한다.
세상 전체가 아니고 한 사람만 바라 볼 때 사회적 폐해가 될 수 있다. 타인의 눈치만 살피면 창의성, 자율성이 제한된다. 상대 의중과 다른 잘못된 판단이나 과오를 범할 위험이 따른다. 반면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자발성은 효율성이 되며, 신뢰도가 향상된다. 그럼으로써 긍정적 결과가 만들어 진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을 미루어 남에게 먼저 베푼다면 배려가 된다. 증자는 공자가 꿰뚫고 있는 것, 도가 충서라 했다. 충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과 나를 미루어 남을 헤아리는 것이다(盡己之謂忠 推己之謂恕). 충은 하늘의 이치이고 서는 사람의 도이다. 수양으로 인격을 쌓고 그를 미루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인의 자세이다. 자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는 것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평생 실천해야 할 한 마디 말을 요청했을 때에도 서(恕)라고 답했다. 같을여와 마음심이 합하여진 글자 아닌가. 내 마음을 타인의 마음과 같게 하는 것이다. 나를 미루어 남을 헤아리는 것이요, 그에 합당하게 먼저 베푸는 것이다. 곧 사랑이다.
사회성 또는 사교성 좋은 사람의 덕목이다. 낯선 사람과 잘 사귀고 함께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배려하고 보살피는 마음도 포함된다. 공감과 소통이 원활하게 되고, 따뜻한 사회가 된다. 폐해가 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백지장 차이다. 폐해가 될 때처럼 요구사항이나 대가, 반대급부가 없는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공공을 위해 먼저 베풀고 행하는 것이다.
한 방송인의 '이상형' 아첨이 화제다. 그랬다고 공천까지 주는 것은 또 무엇인가? 둘 다 참 허접해 보인다. 국정이 무슨 예능인가. 뿐이 아니다. 볼썽사나운 아부의 극치를 매일같이 보고 있다. 결코 잘될 리 없다. 논어 학이편에 이르지 않았는가,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민 얼굴을 하는 사람치고 착한 사람이 드물다. 아첨 잘하는 사람은 진실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자로편에서는 강직하고 의연, 순박하고 아둔한 사람은 어짊에 가깝다 하였다. 명심하고 잘 살필 일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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