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예술인 복지정책 차원에서 창작 주체인 예술인을 고려하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에서 시작해야 한다. 예술인복지법 시행 이후에도 고용·피고용의 경계가 모호한 지역 예술인은 실태 조사조차 제대로 안 거쳤다. 복지 증진 면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예술인에 대한 정책은 대개 두 방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창작환경 조성과 삶의 질 개선이 그것이다.
후자의 측면은 더욱 불안하다. 월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가 대전 예술인의 60%(대전세종연구원 자료)라는 것이 그 실례다. 20.5%는 100만 원 미만일 정도로 신산한 시간을 보낸다. 생계유지가 힘드니 예술활동비 쓰임새는 전체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의료비 등 생활안정자금뿐 아니라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말해준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정한' 예산의 '폭넓은' 지원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예술인복지법이나 고용보험법도 '예술노동' 종사자의 '근로자성' 인정부터 풀고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예술을 생업 아닌 여기(餘技)쯤으로 간주하려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불규칙적 소득과 불안정한 지위의 근저에 있다. 프랑스 앵테르미탕 같은 보편 복지에 입각한 예술인 소득을 보장하지는 못할망정 활동 상황과 생활 실태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기초자료 없이 직업적 지위, 예술인 역량 강화와 예술의 가치 확산을 논할 수는 없다. 창작과 생계를 모두 위협받는 예술인에 대한 체감도 있는 정책을 다시 주문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