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인도가 없는 충남대학교 병원 앞 거리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오현민 기자 |
동구 가양동 대성길에 길게 늘어선 상점 앞 보행자가 다녀야 할 곳에 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오현민 기자 |
2월 29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충남대학교병원 앞 편도 2차선 골목길. 매일 수 많은 병원 방문객들이 이곳을 지나지만, 보행자를 위한 인도는커녕 차도와 구분 짓는 안전펜스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병원 방문객의 주요통로를 30분가량 돌아본 결과, 빠르게 달리는 차량 옆으로 아슬아슬한 발걸음을 이어가는 보행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승용차부터 구급차, 대형트럭 등이 다니는 도로를 위험천만하게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질병 치료를 위해 5년째 충남대병원을 오가는 임모 씨(53)는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차가 오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며 "그나마 걷는 길도 기울어져 있어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대전에서 보행자 사고가 또다시 늘고 있지만, 지역 내 보행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이날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보행자사고 현황은 2020년 1298명, 2021년 1183명, 2022년 1296명으로 최근 들어 더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 3년간 중구 충남대병원 주변 도로와 동구 가양동 대성길에서 발생한 차 대 사람 사고는 각각 8건, 2건으로 나타났다.
가양동 대성길 일대는 길게 늘어선 상점 앞을 차들이 점령했다. 보행자를 위한 길이 없어 차도 위를 무방비 상태로 지나야 하는 모습이었다. 차들은 보행자를 피하기 위해 곡예 운전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 길을 지나던 한모 씨(17)는 "차 오는 소리가 들리면 피해야 하기에 이 길에선 항상 이어폰을 빼고 걷게 된다"고 말했다. 가양동에 거주하는 이모 씨(73)도 "인도가 있을 자리에 차들이 주차된 걸 보면 사람보다 차가 먼저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높은 사고율에 매년 지역에서 보행자 안전을 강조하지만, 시설물 확충은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충남대 병원 앞은 최근 계속되는 민원에 중구에서 인도 설치에 나섰다. 중구청 관계자는 "전부터 계획했지만 예산 편성이 불발돼 안전환경 조성에 난항을 겪었다"며 "올해는 중부경찰서와 협력해 예산을 확보했고 곧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가양동의 경우 주민들이 보행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동구는 민원이 없다는 이유로 설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인도를 설치하려면 차도를 좁혀야 한다"며 "시와 협업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차분리 즉, 보도와 차도 분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차량 유도봉으로 보차분리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인도 설치가 어렵다면 시인성이 좋은 안전펜스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민 기자 dhgusal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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