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 가장 큰 원 부분(지평권) 지름은 90㎝, 전체 높이는 100.5㎝다. 천문연 제공 |
2일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에 따르면 고천문연구센터 김상혁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조선 후기 천문학자 남병철(1817~1863)이 만든 혼천의 모델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남병철은 19세기 중반 활약한 조선 후기의 대표적 문인으로, 헌종 3년인 1837년 21살 나이로 관직에 입문해 의정부 좌참찬, 규장각 제학, 대제학 등을 지냈다. 정2품 예조판서 시절엔 오늘날의 천문연에 해당하는 관상감 제도를 겸하기도 했다.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 등 천체 움직임을 재현하고 그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다. 현대천문학 이전 표준 천체관측기구였다. 남병철의 혼천의는 개별 기능을 활용되던 기존 혼천의를 보완하고 관측이 편리하게 개량한 것으로 '의기집설'(儀器輯說)의 '혼천의' 편에 기록돼 있다.
남병철의 '의기집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
또 사유권의 축을 선택할 수 있어 고도, 방위 측정은 물론 황경과 황위, 적경과 적위 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게 고안됐다. 사유권은 천체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한 환으로 극축을 중심으로 적도 방향(동서 방향)으로 운행한다.
이번 복원을 주도한 김상혁 박사는 20년 전부터 남병철 혼천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복원에는 천문연 민병희 책임연구원과 국립과천과학관 남경욱 연구관이 함께했다.
연구팀은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의기집설' 내용을 다시 번역해 기초 설계를 진행했으며 충북Pro메이커센터, 전문제작기관과 협업해 남병철 혼천의 모델을 재현했다.
김상혁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남병철의 혼천의는 전통 혼천의 중에서 실제로 천체 관측이 가능하도록 재극권을 탑재한 세계 유일의 과학기기"라며 "과거 천문기기를 복원함으로써 당시의 천문관측 수준을 이해하며 천문 기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우리 선조의 우수한 과학문화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복원한 남병철 혼천의는 2024년 하반기 국립과천과학관서 특별전시될 예정이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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