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등날리기 |
"겨울에는 타이베이에 비를 보러 오세요......" 대만의 유명 여가수 '맹정위'가 전성기 시절에 불렀던 노래다.
올겨울 들어 겨울비가 유난히 많이 내린 탓인지 저도 모르게 이 노래가 입가에서 맴돈다.
타이베이는 아열대기후와 계절풍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꾸준히 비가 내린다. 그러나 대략 16℃의 온화한 날씨와 매력적인 관광콘텐츠 덕분에 겨울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최근 들어 여러 방송프로그램에 대만투어가 방영되면서 타이베이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요리, 특이한 디저트들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의 천국과 관광 낙원으로 한국 여행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천등 날리기' 체험은 타이베이 여행의 필수코스로 손꼽히고 있다.
최초의 '천등'은 신호를 알리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대만에는 '핑시'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는 산적들이 자주 출몰하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산적 무리가 올 때마다 산속 등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가 마을에 남아있던 사람이 커다란 종이 바구니를 날려 안전하다는 신호를 주면 그때에야 마을로 돌아왔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풍습은 정월대보름에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천등'을 띄우며 평안을 기원하는 '등불 축제'로 변모하였고, 현재 대만의 '등불 축제'는 꼭 가봐야 하는 세계 14대 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타이베이시는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여행지에서 '천등 날리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하였는데,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에 등장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천등'은 모두 8가지 색깔인데 사업, 사랑 등 각각의 색깔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모두 다르다.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색깔의 '천등'을 구매하여 겉면에 소원을 적고 '천등'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스펀'역의 기찻길 위에서 '천등'을 날린다. 이 기찻길은 일제 강점기 시절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된 것인데 1980년대 이후 탄광업이 몰락하면서 대만 정부가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게 되었고, 아직도 실제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사람들은 '천등'을 날리다가도 기차가 오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일제히 양옆으로 비켜서서 기차가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본다.
'천등 날리기' 체험은 폐역이 될 뻔했던 '스펀'과 기찻길, 한적한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여행객들에게 여행의 별미를 제공한다. 겨울철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천등 날리기' 체험을 꼭 해볼 것을 권한다. 각자의 소원을 담고 두둥실 떠올라 하늘 높이 날아가는 '천등'의 행렬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박연선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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