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품성이 좋으면 욕심내는 사람이 많아서 시아비 될 사람이 마당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인격이 훌륭하면 따르는 사람이 많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인격이 훌륭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존중받는 훌륭한 인격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칭송을 듣고 존중받는 좋은 인격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향이 있는 꽃이 피어 있고, 굽은 나무도, 수형 잡힌 관상수도, 그렇게 커 있는 것처럼, 사람의 인격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알게 모르게 형성되는 것이다.
인격은 그 사람의 지적 능력, 생활습관, 정서적 기능, 인생관, 가치관, 등이 부지불식간에 상생하듯 형성되기에 우리는 평시 몸가짐과 언행을 바람직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언어구사에 물음표(?)보다 느낌표(!)의 말을 자주 쓰면 인격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02년도 대덕고에 있을 때의 일이다. 2학년 수학여행을 속리산으로 가기로 한 관광버스 13대 중 12대가 출발하고 1대가 가지 못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한 학생이 늦게 오는 바람에 그런 거였다. 다른 차가 출발한 지 5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학생한테,
"너 하나 때문에 우리 전체가 못 떠나고 있잖아. 이렇게 늦으면 어떡해?"
예서제서 불평과 핀잔의 소리가 빗발치고 있었다. 그런데 담임인 김○○ 선생님은 " 너 시간 대 오느라 힘들었겠구나!" 하시는 거였다. 한 사람의 지각으로 반 전체가 기다리는 걸 생각하면 화도 났으련만 책망이나 꾸중은 들어 볼 수 없었다. 말 한 마디지만 상대방에게 푸근함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큰 소릴 치지 않았지만 다소곳한 선생님의 배려와 포용력에 죄송해서 학생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동료 교사지만 상대를 무르녹게 하는 관용과 배려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음표(?)를 써야 할 자리에 느낌표(!)를 찍는 말로 감화를 시켰기 때문이었다.
인격은 중요한 순간에 드러나지만, 그 형성은 특별한 때가 있는 게 아니다. 일상사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은 남의 얘기가 아닌 내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다.
늦가을 어느 일요일 교원산악회에서 주관하는 공룡능선 산행을 따라갔다. 새벽 4시에 출발해서 12시간 정도 산행을 하는 난코스였다. 산행시간이 길다보니 산행 마치고 돌아오는 대전 도착시각은 밤 9시가 넘는 시각이었다. 예정 도착시각보다 늦어져서 아내에게 전화를 하려 했으나 배터리가 다 소진되어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남의 전화라도 빌려서 신세를 졌더라면 괜찮았을 걸, 그걸 못하고 말았다. 도착 시각이 많이 늦어지자 아내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수도 없이 전화를 한 거 같았다. 얘길 들어보니 여러 번 전화에 한 번의 응답도 없어 걱정을 많이 했다는 거였다. 배터리가 소진된 걸 모르는 상황에서 보통 사람 같으면 화가 나서라도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는 거요?"하며 쏘아붙이는 불호령으로 입씨름을 벌일 법도 한 상황이었는데, 아내는, "여보, 큰 일 생긴 게 아니어서 다행이어요!"하는 거였다. 전화를 왜 안 받느냐고 호통을 쳤더라면, 미안한 생각은커녕 언성 높은 볼썽사나운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는데, 아내는 추호도 그런 여인이 아니었다.
화가 나더라도 지긋이 참고 조용히 내면을 다스릴 줄 아는 여인이었다.
물음표(?)보다는 느낌표(!)의 언어로 상대방의 마음을 감화시킬 줄 아는 위인이었다.
인격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고려의 무인 강감찬 명장이 떠올랐다. 강감찬은 역사를 빛낸 무장이기도 했지만 인격이 훌륭한 분이셨다. 강감찬(948~1031)이 귀주대첩에서 거란 군을 대파하고 돌아오자, 현종 왕은 친히 마중을 나가 얼싸안고 환영했다. 또한 왕궁으로 초청해 중신들과 더불어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한창 주흥이 무르익을 무렵, 강감찬 장군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소변을 보고 오겠다며 현종의 허락을 얻어 자리를 떴다. 나가면서 장군은 살며시 내시를 보고 눈짓을 했다, 그러자, 시중을 들던 내시가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장군은 내시를 자기 곁으로 불러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게, 내가 조금 전에 밥을 먹으려고 밥그릇을 열어보니 밥은 없고 빈 그릇뿐이더군, 이 어찌된 일인가? 내가 짐작컨대 경황 중에 실수를 한 모양인데 이걸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순간 내시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자리의 주빈이 강감찬 장군이니 그 죄를 도저히 면할 길이 없었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내시는 땅바닥에 꿇어 엎드려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이때 강 장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미가 급한 상감께서 이 일을 아시면 모두들 무사하지 못할 것이니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내가 소변보는 구실을 붙여 일부러 자리를 뜰 것이니, 내가 자리에 앉거든 곁으로 와서 '진지가 식은 듯하오니 다른 것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다른 것을 갖다 놓는 것이 어떨까? > 내시는 너무도 고맙고 감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 같은 일이 있은 후, 강감찬 장군은 이 일에 대해 끝까지 함구했다. 그러나 은혜를 입은 내시는 그 사실을 동료에게 실토했으며 이 얘기가 다시 현종의 귀에까지 들어가 훗날 현종은 강감찬 장군의 인간됨을 크게 치하하여 모든 사람의 귀감으로 삼았다는 고사가 전해지고 있다.
사람은 아무리 지위가 높고 능력이 출중해도, 인격이 갖춰지지 않으면 존중받지 못한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가진 소유물이나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말하고 움직이는 일거수일투족이 그의 그릇이 되는 셈이니 그 자체가 바로 인격인 것이다.
학교 성적이 꼴찌를 자주하는 아들에게 <너 이번 성적이 또 꼴찌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괜찮아! 앞으로 열심히 하여 더 잘하면 되잖아!> 이렇게 고무적인 말로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주면 안 되는 것일까!
감화는 역시, 물음표보다는 느낌표!
물음표, 느낌표, 나는 과연 어떤 것을 자주 쓰는 편인가!
솔향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