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27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 10개 수련병원에서 전체의 80%에 달하는 전공의 421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정부는 29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는 등 사법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틀밖에 남지 않은 실정으로,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은 소속 수련병원장들이다.
전공의 16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충남대병원에서는 병원장이 사직 전공의들과 만나는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으나 만남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문하고, 전국 국립대병원장 회의 때 논의된 내용을 전공의들에게 전달하고 복귀를 당부할 예정이었으나 연락 닿는 전공의가 소수에 그치고, 참석을 알리는 전공의가 거의 없어 간담회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대전을지대병원도 전공의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휴대폰이 꺼져 있거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역시 간담회는 갖지 못한 채 병원장 이름으로 전공의들에게 서한을 보내 병원으로 돌아와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99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건양대병원도 전공의를 담당하는 교육수련부가 매일 개별적 연락으로 업무복귀를 타진해왔다. 사직 전공의들은 한두 차례 연결된 후에는 대부분 소통이 단절된 상태다.
지역 종합병원들은 전공의들과 대표성 있는 교류 채널을 만들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직서를 낼 때부터 지금까지 단체를 구성하거나, 대표자를 임명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병원을 떠난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기본적인 물밑 협의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군부대와 군 병원에 근무 중인 전문의 파견을 요청한 상태다. 충남대병원이 응급실에서 진료를 도울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소 3명 파견을 대전시청을 통해 국방부에 요청했고, 성모병원 내과와 외과 등에서 총 5명, 을지대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등 11명, 건양대병원 5명이다. 그러나 국방부 소속 전문의가 지원되더라도 수도권 의료기관에 먼저 배정돼 지역까지는 배치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수련병원 한 병원장은 "현 상황에 대해 전공의와 대화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직사태가 대표자나 단체 없이 이뤄진 경향이 있어 협의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와 시간을 갖고 대화하고 일단 환자를 위해 돌아와 달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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