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환 한남대 링크3.0사업단장 및 캠퍼스혁신파크선도사업단장 |
그리고 2024년은 윤년이다. 지구의 공전 주기는 365일이 아닌 365.2422일이라고 한다. 1년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4년마다 윤일을 두게 되며, 윤일이 있는 해를 윤년이라 한다. 윤일은 음력의 윤달과는 다르다. 윤달이란 달의 공전 주기(1달)를 지구의 공전 주기(1년)에 맞추기 위해 도입된 것이고, 윤일은 지구의 자전 주기(1일)을 지구의 공전 주기에 맞추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한다. '윤(閏)'이란 '남아서 덧붙이는 것'이라고 하니, 윤일, 윤달, 윤년은 무언가를 덧붙인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다. 또한, 정확히 맞지 않아서 보정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2024년은 2월이 28일이 아닌 29일까지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날이다. 시급제나 일당제 근로자가 아닌 직장인은 동일 월급에 하루를 더 일해야 하고, 군 복무기간도 하루 더 늘어난다. 4년마다 생일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2024년은 무춘년에 윤년이다. 그리고 2월 29일은 4년마다 오차를 수정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니 특별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무춘이라고 하지만, 봄은 오게 마련이다. 날씨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봄은 계절의 시작이고, 만물의 소생으로 여긴다. 다산과도 연결된다. 옛날 사람들은 봄이 오지 않으면 번성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무춘년에는 아이가 없다'는 미신도 있다. 미신을 믿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아이가 없음은 걱정이다.
사회적으로 인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베이비부머(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65년 사이 출생한 사람들) 세대는 산아제한 정책을 기억할 것 같다. 인구 포스터가 유행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라는 포스터는 그나마 괜찮았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과 같은 표어가 있었다. 인구가 너무 많아 지구에서 떨어지는 포스터는 끔직할 정도였다. 정부는 3, 3, 35 운동도 실시했다. 3명을 3년 터울로, 35세까지 낳자는 캠페인이었다. 보건소 등에서는 무료로 불임시술을 해주기도 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1960년대 합계 출산율은 6.16이었다.
197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남아 선호사상에 대한 경종이었고, 4인 가족을 표준모델로 정착시키려는 정책이었다. 특히 1980년대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가 등장한다. 1인 자녀 억제정책을 실시했고,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강력한 반대 메세지였다. 1970년과 1980년 합계 출산율은 각각 4.53, 2.82였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출산 정책은 전면 수정된다. 정부는 인구정책 목표를 산아제한에서 저출생에 따른 사회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미래입니다', '허전한 한 자녀, 흐뭇한 두 자녀, 든든한 세 자녀', '가가호호 둘셋 출산 하하호호 희망 한국' 등의 표어로 선회하였다. 적극적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1990년 합계 출산율이 1.57, 2000년 1.48이었던 것이 2018년 0.98로 1 이하로 떨어졌다. 하락 속도 또한 빠른데, 2022년 0.78, 2023년 0.72(추정)로 하락하고 있다. 표어도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로 전환되었다.
출산 억제 정책에서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환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출생율의 감소는 사회경제적으로 우리 모두를 어렵게 할 것이다. 한 치 앞도 못 봤다고 한탄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이 사회적 오차를 시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원구환 한남대 링크3.0사업단장 및 캠퍼스혁신파크선도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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