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양기성(81)씨의 모습 |
언제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항상 바깥상황을 주시하는 김선자(86)씨의 모습 |
중앙로에서 30년째 시내버스 매표부스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양기성(81)·김선자(86) 씨를 27일 중도일보가 만났다. 과거 최고의 번화가인 홍명상가·중앙데파트 인근에서 호황기를 누렸던 이들은 급변하는 시대, 대전의 변화를 관찰하는 증인이다.
중앙통으로 불리던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앙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양 씨는 중앙로 목척교 인근에서 매표부스를 운영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는 과거 대전에서 매표부스가 60~70곳이 운영될 때 총무를 역임했고, 출근길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아침 6시부터 퇴근시간을 넘긴 저녁 8시까지 좁은 부스 안에서 보냈다.
열심히 일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7곳 밖에 남지 않은 부스를 보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양 씨는 예전엔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종이 승차권을 사거나 주택복권, 담배, 껌 등 지금의 편의점보다 더 큰 호황기를 누렸다고 추억했다. 지금은 복권판매점, 편의점 등 경쟁에 밀려 설 자리가 없다고 씁쓸해 하기도 했다.
그에게 30년 동안 두 평 남짓한 부스로 출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냐고 묻자 1980~1990년대 사람들이 버스표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던 모습을 꼽았다.
양 씨는 "그때는 종이표가 없으면 버스를 못 타니까 사람이 항상 많았다"라며 "지금은 모두가 휴대전화나 교통카드를 이용하고, 온라인이나 편의점에서 충전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간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요즘 노인들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오랜 단골들도 얼굴 못 본 지 몇 개월 됐다"라고 덧붙였다.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김선자(86) 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김 씨는 88올림픽 전부터 승차권을 판매하는 부스를 운영해 그동안 중구청 앞, 대동을 거쳐 지금의 은행동에 자리하고 있다.
김 씨는 "원래도 장사가 잘 안됐지만, 코로나 이후로 더 안 좋아진 것 같다"라며 "그래도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나와서 바깥공기도 쐬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 힘 닿는데 까지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현민 기자 dhgusals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