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서는 편집부였다. 원고를 받고 지면 제작기를 열어 독자들이 읽을 신문에 제목을 달고 사진을 편집하며 꾸며 나가는 역할이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 접한 일을 단번에 잘하긴 어렵다. 하지만 난 그저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일에 대해 빠르게 적응하는 것에 온 힘을 쏟았다. 내가 속한 부서에 어떤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최선을 다했던 것 같은데, 선배들이 이런 나에 대해 어떻게 바라봤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짠 제목이 데스킹을 받고 바뀌는 상황엔 나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나는 왜 이 문장을 못 보고 넘어갔을까?' 하며 자책하기 바빴다. 그저 잘하고 싶었던 건 나의 욕심이었나 보다. 나도 내가 답답한데, 이런 나를 지켜보는 선배들은 오죽 답답할까 싶어 죄송스럽기만 하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바짝 긴장한 채 생활하다 보니 집에 오면 가족들과 대화할 틈도 없이 바로 뻗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내 손으로 신문 한 면을 완성 시킨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보람찬 일이었다.
4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 점차 적응하며 내가 짠 제목이 그대로 나가는 경우도 있고, 작업 속도도 빨라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낄 때쯤, 편집부장님의 호출이 있었다. 편집기자가 아닌 취재기자로 부서이동을 하라는 말이었다. 원래 취재기자로 입사했기 때문에 언젠간 가게 될 곳이란 건 알았지만, 이미 편집부에 정도 들고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내 마음엔 혼돈이 찾아왔다. 사실 1년은 더 편집부에 있을 줄 알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변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것이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사 4개월 만에 편집부에서 사회과학부로 부서를 이동하게 됐다. 매일 편집부 오현민으로 출근하며 아침마다 꼬박 인사를 하고, 가끔 대화도 나눈 다른 부서 선배님들이었지만, 내 직속 선배로 맞이한 첫날은 마치 다른 회사에 입사한 것처럼 어색했다. 내 옆자리 항상 든든하게 의지했던 동기들과도 멀어졌고, 같은 사무실이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난 이제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혼자만의 고민에 빠졌다. 편집부에서 그랬듯 사회과학부 일원으로 적응하려면 또다시 온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백지상태인 사회과학부 오현민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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