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낸 첫 주말 대전의 한 응급실에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25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필수의료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충남·북 시군에서는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로 주민 보건의료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과 전라북도까지 적지 않은 환자가 이송되어 진료를 받았는데, 대형병원의 진료 역량이 축소되었을 때 이를 보완할 지역 내 2차 병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충남과 충북의 필수의료 진료과목 환자 주요 유출 현황을 보면, 여러 질환 중 암, 심뇌혈관, 응급환자의 수도권 및 타지역 소재 의료기관 의존 비율이 유독 높은 실정이다. 충남도 암 환자 중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환자 10명 중 6명은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천안은 유출 암환자의 76%, 대전 73%, 서산 67%, 태안 58% 순으로 서울 소재 병원을 찾았다. 충북에서도 유출 암환자 중 청주에서 76%, 충주 64%, 제천 53% 순으로 서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진료가 거의 중단된 수도권 빅5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포기하고 귀향하더라도 지역에서 이들을 수용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빠른 처치가 추후 증세 호전에 중요한 심뇌혈관과 응급에서도 타지역 대형병원 이송으로 대응하던 지자체로써는 이들 대형병원의 수술과 응급실이 막히면서 난처한 상황이다. 보령 심뇌혈관 환자가 지역을 벗어나 1순위로 이송되거나 찾아가는 지역은 전북 의료기관(27%)으로 보령에서 70㎞ 떨어진 거리를 감내해 응급 환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단양에서는 심뇌혈관 유출 환자 중 강원(45%)과 서울(21%) 순으로 비중 높고, 가까운 충북 내 또 다른 시·군으로 옮겨지는 환자 비중은 오히려 낮다. 충남 9개 충북 9개 시·군에서 각각 응급환자의 자체 충족률은 10% 미만으로 타지역 의료기관에 진료가 축소되는 등의 사정에 따라 지역 응급환자 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지역 내 의료환경이 충분하지 않아 타지역 병원에 의존해 원정진료라고 불렸으나 대형병원 진료가 좁아지면서 지역 환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라며 "시군에서도 필수의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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