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대전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전공의 사직 사태 후 오히려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응급실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이송 자체가 감소한 탓이다. (사진=임병안 기자) |
#2. 24일 오전 10시 신세계백화점 앞 도로에서 차량이 좌우를 오가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현장에서 뇌졸중 의심 운전자를 구조했다. 현장에서 가까운 을지대병원부터 건양대병원,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환자 수용을 의뢰했으나 모두 담당할 의사가 없어 진료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거리에서 수용 응급실을 찾아 66분간을 허비한 끝에 일반 종합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전공의 사직사태 후 첫 주말을 맞아 우려했던 환자 이송 지연사태가 현실이 됐다. 빠른 처치와 중증환자에 진료를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대전지역 응급실에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환자들은 의사가 있는 응급실을 찾아 길에서 골든타임을 보냈다.
25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충남대병원 소속 전공의 16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대전성모병원과 대전을지대병원 그리고 건양대병원, 선병원 등에서 전공의 사직이 이어지면서 권역 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 응급실에서 진료 차질을 빚었다. 전공의가 자리를 비우자 여러 병원에서는 기존 3교대 근무를 교수와 전임의 중심으로 간호사와 함께 2교대 근무로 전환하고, 병상 수도 종전보다 대폭 축소했다. 24일 오후 10시께 기자가 찾은 건양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대청병원의 응급실은 평소보다 오히려 조용한 모습이었는데, 응급실 가동률이 떨어지며 환자가 전보다 적게 이송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복통이나 객혈, 어지럼증 그리고 분초를 다투는 뇌졸중 의심환자까지도 치료 가능 응급실을 찾지 못해 골든타임을 지체하는 경험을 했다. 대전은 119구급대원이 구조한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하면 119상황실에서 수용 가능한 응급 의료기관을 확인해 이송하는 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이번처럼 여러 병원에서 환자를 돌볼 의사가 공백인 상황에서는 첨단 환자이송 시스템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전소방본부는 23일 8건에 이어 24일부터 25일 오전 6시까지 환자이송 지연 6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충남에서는 전공의 공백에 따른 환자 이송 지연은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남은 의료진들의 피로감이 더해지고 대한의사협회의 궐기대회까지 예고된 3·1절 연휴 때까지 의료계 혼란이 더해질 경우 응급환자 처치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환자의 징후와 중증도를 평가해 적절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이송하는데 해당 병원에서 수용불가를 통보하면 이송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정바름·김지윤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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