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이전에도 전세계적인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 지역별 의료격차에 대한 대안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나, 주요 서비스 대상이었던 고령층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불편함이 큰 장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고령층의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가 높아지면서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전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1년 270.6억 달러에서 2030년 1만 355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3년).
디지털 헬스케어는 '일상에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생체신호를 다듬어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수집된 정보로부터 의미있는 지표를 산출하고', '건강 상태를 피드백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인공지능 분석기술과 건강 관련 빅데이터다. 초기의 의료 분야 인공지능 분석기술은 주로 의료영상 학습에만 활용됐으나 점차 유전체 및 라이프로그 등 멀티모달 데이터까지 인공지능 분석기술의 범위를 넓혀가며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자연스럽게 고도화된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의료와 건강 관련 정보를 연계한 헬스케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최근의 화두가 됐다.
헬스케어 빅데이터 구축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All of Us Program'과 영국의 'UK Biobank'다. All of Us Program은 2023년 2월 기준 무려 41만 명이 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자신의 건강과 의료정보를 제공했으며, 25만 명의 유전체(WGS) 정보와 1만 5620명의 웨어러블(Fitbit) 측정기록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UK Biobank는 유전체 중심으로 2023년 기준 50만 명의 유전체(WGS) 빅데이터를 구축해 임상정보와 함께 연구용으로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립보건연구원에서 100만 명을 목표로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참여자가 1만 5000명이 안 되는 수준이며, 헬스케어 데이터 구축 사업 역시 아직은 시작 단계다.
국내에서 헬스케어 빅데이터 구축이 어려운 이유로 크게 두 가지가 지적됐다. 먼저, 개인의 임상정보가 병원을 중심으로 파편화돼 있다는 점이고, 다음으로 개인의 건강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민감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집·활용에 관한 엄격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2020년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를 기점으로 보건복지부 주관하에 개인이 자신의 건강정보를 모아서 원하는 대상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 마이데이터'를 추진하는 중이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관으로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할 수 있는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 한국한의학연구원 역시 4200건의 유전체(WGS)와 1600건의 라이프로그를 포함해 약 3만 2000건의 한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유전체-역학 정보와 라이프로그 정보를 연계한 한의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에 한의사의 망문문절을 통해 평가하던 환자의 건강을 휴대용 또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하는 한의 디지털 진단기기와 경혈의 자극이나 명상과 같은 한의학적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한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연구들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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