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환 시각예술 작가 |
2012년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생기면서 예술활동준비금지원, 예술인 파견사업,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예술활동준비금지원은 전년도 소득인정액에 따라 한정된 인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서류를 통과하기까지 결과를 알 수 없으며 아주 사소한 경제활동에 대한 기록만 있어도 소독인정액에서 불리하여 지원금을 받기가 어렵다. 또한, 예술인파견사업은 예술인과 기업·기관을 함께 팀 단위로 선정해 약 6개월간 협업 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활동기간 동안 예술인들에게 활동비가 주어지지만, 공모와 선정을 통해 결정되어 모든 예술인에게 기회가 돌아가지는 못한다. 그리고 생활 안정 자금은 대출이기 때문에 결국은 갚아야 하는 돈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가장 고정적인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하는 활동은 학원과 대학교 강의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선생님과 강사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과는 별개의 다양한 부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변을 둘러보면 보험을 하는 작가, 목수 일을 하는 작가, 구제 옷을 파는 작가, 커피숍을 하는 작가, 이발소를 차린 작가도 있다. 이렇듯 예술을 하면서 부업하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 20년 전에는 미대를 졸업하고 작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지 않고 부업을 가지면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 몇몇 작가들은 부업을 통해 얻은 경제력으로 더 좋은 작업을 만들어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렇듯 이제는 예술가에게 경제활동은 떼려야 뗄 수가 없게 되었다. 예술적 열망 때문에 모든 경제적 활동을 완전히 포기하고 작업실에서 오롯이 홀로 창작 활동만 하고 언젠가 세상이 자기를 알아봐 주기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작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가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을 때 만났던 예술가 중 90% 이상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예술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고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만났던 여러 나라의 친구 중에는 변호사도 있었고 치과 의사도 있었다. 그들은 전시 기회가 아주 가끔 찾아오더라도 꾸준히 작업하고 이를 통한 경제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으며 언제나 즐겁게 예술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번듯한 직업이 있어도 예술가라고 불리는 것을 가장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진 전업작가 라는 고정관념이 바뀌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작가들의 작품활동에 더 집중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미술 하면서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지, 작품이 얼마인지 보다는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는지, 어떤 영감을 어디서 받았는지,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 등 작품 자체에 궁금증을 더 가지고 전시장에 방문해 주신다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감정을 충실히 느끼고 얻어 가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고동환 시각예술 작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