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준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경기를 표현할 때 한파와 침체란 표현을 빼놓지 못하고 있다. 서민들을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역시 고물가다. 특히 날마다 고공행진하는 밥값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연 앞으로 내가 밥값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의문만 들 뿐이다.
사실 인류역사상 화폐가 등장한 이래로 물가가 오르지 않은 적은 없다. 문제는 지금 우리들의 수입과 비교해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그렇다며 괜찮아질 때까지 기준금리를 높은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주변에 그 돈을 쓸어 담은 사람은 없었고, 고금리를 더욱 힘겨워하는 건 코로나19란 재난을 대출 빚과 함께 겨우 버텨온 사람들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300억 원을 농식품 할인지원에 쏟겠다는데, 언 발에 둘러대는 오줌이 얼마나 오랫동안 온기를 안겨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최근 국내 경제를 두고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다. 정부와 각종 기관은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 회복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기사를 직접 작성하면서도 속으로는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의 수출이 늘어났다고 한들 내 집 앞의 국밥집 가격이 다시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하고, 점점 움츠러들고 있는 친구들의 지갑이 다시 두꺼워지긴 꽤 힘들어 보여서다. 매년 반복하는 은행권의 성과급 파티와 건설사들의 최대 매출 갱신 소식 같은 게 항상 우리가 아닌 남 얘기였던 탓도 크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기업 차원에서 직원들과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위기론을 내걸고 많은 이들의 봉급을 서서히 옥죌 뿐이다. 인건비가 올라서 힘들다는데 주변 사람들의 가치는 물가상승률보다 오르지 않았다. 건너 건너 얘기를 들어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출에서의 호실적과 함께 돌아온 낡아빠진 낙수효과의 이론 앞에서 기대감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을 시작으로 이제 연봉협상 시즌에 돌입했다. 지역의 한 회사는 올해는 다를 것이라며 보상 약속과 함께 직원들의 사기를 연초부터 북돋아 주는 한편, 그 옆의 다른 회사는 올해 연봉은 동결이라는 소문을 미리 퍼뜨리며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사회에 내재된 이면을 들추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언론의 진정한 가치라고 하던데, 여전히 장밋빛 기사는 주변에 한 가득이고 그건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확실히 봄은 아직 멀었다.
/심효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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