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나도 한때 방송 작가를 꿈꾼 적이 있다. 방송 작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내가 쓴 글이 TV를 통해 작품으로 보면 멋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방송국 관계자가 내게 방송 작가를 해보지 않겠느냐며 넌지시 물었다. 막상 제의를 받자 은근히 겁이 났다. 지인에게 의논하니, 지인은 펄쩍 뛰면서 '너 같은 성격에는 답답해서 못 할 거'라며 정색을 했다.
그녀는 한술 더 떠서 방송국 내에 '작가 방'이 있는데, 작가는 그곳에서 온종일 대본만 쓴다며 무척 답답할 거라고 했다.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의를 사양했다.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대본만 쓴다면 정말 숨 막히는 듯한 건 뻔한 이치이기에 말이다. 그렇더라도 방송 관계자는 몇 번 더 말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사실 그건 지금도 후회된다. 그 당시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일단 해야 했었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TV 제작에 참여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드라마보다는 콘텐츠를 자체 발굴해서 제작할 수 있다면 무기력해진 내 생활에 활기가 생길 것 같았다. 창작의 설렘이 불끈 솟구쳤다. 그때 마침 평생학습원에 'TV 방송작가 되기' 강좌가 개설되었다. 나는 강습을 수강하면서 비로소 용기가 생겼다.
방송 작가는 대본을 구상, 현장에서 그 대본대로 진두지휘 하는 것이 창의적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PD가 하는 일을, 방송작가가 하는 것이다. 흥미로웠다. 그러나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내 자리는 없어진 후였다.
요즘은 각종 채널을 통해 개인이 제작하는 콘텐츠도 많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런데 마침 시민천문대 별 음악회에 TV 촬영 팀이 온다고 하니 만사를 제치고 갔다. 별 음악회는 1부~3부로 진행되었다. 1부 음악회가 끝나고, 2부에는 별자리 해설이 이어졌다.
-다음은 별자리 해설 발췌이다.
"오늘 2부에서는 요즘 밤하늘에서 어떤 것들이 관측되는지 한번 같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머리 위에 보이는 이 모습은 현재 시간 하늘의 모습입니다. 물론 실시간 하늘은 아니기 때문에 별들이 여기서 관측되지 않고요. 정말 맑다고 해도 이곳에서는 이렇게까지 많은 별들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보시려면 도심지에서 꽤나 떨어진 깜깜한 곳에 가시면 지금 여기 보이는 것 보다 도 훨씬 더 많은 별들을 맨눈으로 관측을 해 보실 수 있습니다. 보통 도심지에서는 이렇게 밝은 별들을 관측을 해 보실 수 있는데, 요즘 관측되는 별들은 대부분 겨울철 별자리들이 많이 관측이 됩니다. 일단 겨울철 별자리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아마 겨울철 별자리가 크게 눈에 띄거나 그러진 않으실 겁니다. 겨울철 별자리 찾으실 때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겨울철 가장 대표적인 별자리를 찾아보시면 되는데요. 이 별자리는 겨울철에 한 번쯤은 다 보셨을 겁니다. 지금 머리 위에 잘 둘러보시면은 우리가 한 번쯤 보셨을 '오리온자리'라고 불리는 별자리가 있는데요. 한번 제가 표시를 해드린다면, 요렇게 생긴 게 '오리온자리'입니다"라고 밤하늘에 표시를 해주셨다. 실제 밤하늘을 본 것처럼 신선했다.(발췌 끝)
2부 별자리 해설이 끝나고, 3부 음악회 시간이 되었다. 관람객과 연주자 모두 혼연일치가 되어 분위기가 훈훈했다. 대전 KBS TV (소소 공방) 프로그램 촬영 팀도 열심히 촬영했다. 유튜브 생방송 중에도 음악회 장면을 열심히 촬영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던 것을 보면 촬영 팀 또한 바쁘게 시간을 보냈음이 틀림없다.
문득 나만의 콘텐츠를 개발해 보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 가슴이 뜨거워질 수 있는 열정적인 일을 창출해 보고 싶다. 그날 촬영한 소소 공방은 2월 26일 저녁에 본방송이 방송된다고 하니 나도 꼭 보려고 한다. 내 모습도 나왔을까.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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