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 후 출근을 거부하면서 곳곳에서 진료 차질을 빚었다. (사진=이성희 기자) |
20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날 응급실 접수부터 수술까지 의료공백이 현실이 됐다.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자신의 진료 순서가 될 때까지 4시간 남짓 기다렸지만 "응급실이 축소돼 베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경험했다.
충남대병원 응급센터에서 만난 김모(46)씨는 공주의료원에서 받은 소견서를 들고 아버지(75)와 함께 응급센터 앞에서 1시간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명치 부위에 통증이 심해 견디기 어려운 부친을 모시고 '급히 담낭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료원 측의 소견서로 충남대병원에 진료를 의뢰하려던 참이다.
이날 충남대병원 전공의 81명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의사가운을 벗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로, 교수와 전문의가 긴급 투입돼 응급센터를 가동 중이다. 응급센터는 기존 베드에서 3분의 1 축소해 비상체제로 전환한 상황으로 환자가 비교적 적은 낮에도 4시간 남짓 기다려서야 베드를 배정받고 진료 받을 수 있다.
김 씨는 "국립대병원이라서 찾아왔는데 전공의가 파업한다는 이유로 한시가 급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대책을 세워가며 싸워야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일반 외래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우려하던 암센터에서도 진료는 중단이나 보류 없이 예약된 환자에 대한 진료가 이뤄졌다.
전공의 122명 중에 99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건양대병원에서도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진료 지연을 미리 공지하고 양해를 구했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 진료에 교수와 전문의를 배치하고 일반진료는 축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에서 전공의 500여 명이 집단 사직하면서 의료기관은 비상진료 체계를 가동 중으로 진료를 지금처럼 이어갈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로 여겨진다. 급하지 않은 수술이나 입원을 연기하고 당직에 교수들을 대거 동원하면서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으나, 계속될 경우 일부 입원환자에 대한 퇴원도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전공의들을 향해 "집단행동으로 인해 초래될 상황을 알면서도 정책 반대를 위해 환자의 곁을 떠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안·오현민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