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26. 대보름 맞이 산(월영산)과 도리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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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26. 대보름 맞이 산(월영산)과 도리뱅뱅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2-19 17:45
  • 수정 2024-02-20 14:15
  • 신문게재 2024-02-20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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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선화식당.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충북 영동의 갈기산(鞨騏山)과 충남 금산에 있는 '달맞이 산'이라 불리는 월영산(月迎山)으로 향했다.

충북 영동 방면에서 시작하는 등산 코스는 바같모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갈기산(鞨騏山), 말갈기능선, 차갑고개, 성인봉, 월영산, 월영산출렁다리, 부엉산, 부엉산터널로 이어지는 재미있는 코스가 있다.

충북 영동군 양산면과 학산면에 걸쳐 있는 갈기산(鞨騏山)은 월영산과 마주 보는 반원형인 능선으로 소골계곡이라는 깊숙한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산 방면에서 등산하는 사람들은 주로 월영산 원골에서 시작하여 월영산에 오르고 안자봉을 거쳐 비들목재로 내려와 다시 성인봉으로 올라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칼바위 능선인 말갈기 능선을 지나 갈기산 정상에 오르고 하산을 하는 종주 코스를 선호하고 있다.



필자는 금산에서 월영산과 출렁다리를 취재하고 부엉이 터널을 지나 이곳의 맛집으로 익히 소문이 난 선 희식당을 찾았다.

이 집은 충북 영동 양산면에 위치하고 있지만, 금산 맛집 선희식당으로 더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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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식당 상차림.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래서 그런지 이 집의 주메뉴는 '인삼어죽'과 도리뱅뱅, 빙어튀김, 민물새우튀김, 빠가매운탕 이다.

맛있는 여행 취재를 하면서 항상 겪는 곤혹스러움은 맛집 대부분의 집이 1인분 메뉴가 없고, 2인분 이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2인분을 시켜 사진을 찍고 맛을 본 후 포장을 해 집에 와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에는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맛있는 여행에 동참시킨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진디저트(주) 이기영 대표와 김태수 이사가 동행해 주었다.

어차피 셋이 갔으니 인삼어죽과 도리뱅뱅, 민물새우튀김을 시켰다.

우리 일행은 민물새우튀김의 고소한 맛에 반해 버렸다. 세 사람이 마치 새우깡을 집어 먹듯 민물새우튀김을 경쟁하듯 먹어 치웠다.

절대 인위적이 아닌 자연 민물새우의 고유한 향이 입에 넣는 순간 씹기도 전에 극향(極香)에 빠져들게 한다.

인삼어죽은 인삼 향이 많이 나지 않으면서 걸쭉한 것이 부드러운 맛이 한 마디로 "어! 죽이네"라는 시쳇말이 떠오르게 한다.

어죽은『소문사설(聞事說)』,『퇴계집(退溪集)』등에 보이며, 영조(英祖 13년 1737년)임금도 어죽을 드셨는데, 조선시대 어죽은 주로 붕어죽과 청어죽이었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 유암 홍만선(洪萬選)이 1715년 펴낸 농업과 일상생활에 관한 소백과 사전격인 『산림경제(山林經濟)』를 유중림(柳重臨)이 1766년에 증보하여 편찬한『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붕어를 푹 고아 살을 발라내어 쌀을 넣어 죽을 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어죽은 특히 충청도와 전북 지역에서 발달했는데 금강 주변의 충북 옥천, 영동, 충남의 금산, 예산이 어죽이 발달했고, 전북의 무주, 전주, 완주 등지에서도 지역색을 띠며 발전을 했다.

어죽은 지역 또는 식당마다 사용하는 민물고기가 다르고 부재료 또한 다르기 때문에 집집마다 나름 다른 맛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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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어죽. (사진= 김영복 연구가)
'선희식당'의 인삼과 민물고기 살이 살짝 보일 정도로 끓여 낸 이 집의 '인삼어죽'은 씹지 않고 삼켜도 좋을 만큼 푹 끓여 보양식 같은 어죽(魚粥)이다.

이 집 어죽의 특징 중 하나는 쌀, 국수, 수제비의 비율이 손님의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과 국물량 또한 조절이 가능해 다양한 사람의 취향을 맞춰 줄 수 있다.

한편 곁들여지는 콩나물 무침 등 반찬들도 어죽의 맛을 한층 더 좋게 해주는데, 콩나물 무침은 좋은 기름을 써서 고소한 향과 맛이 일품이라 어죽과 함께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집은 인삼어죽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가 옥천 영동의 향토 음식이라 불리는 '도리뱅뱅'이다.

'도리뱅뱅'은 바삭하며 혀를 감아 도는 감칠맛이 있어야 한다.

특히'도리뱅뱅'요리를 잘 못하면 민물고기의 비릿한 냄새와 물렁물렁한 살점 억센 가시로 언짢은 식사가 될 수 있다.

'도리뱅뱅'은 1973년경 옥천군 동이면에서부터 시작되어 옥천은 물론 영동의 내를 낀 산간지방에 퍼져 나갔다고 한다.

'도리뱅뱅'은 뱅뱅 돌아가면 빙어나 피라미를 놓은 것을 의미하며 혹자는 그릇을 뱅뱅 돌려가며 먹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의 그릇 중 국수장국, 떡국, 비빔밥 등을 담는 둥글고 바닥이 편평한 놋그릇이 있는데, 이 그릇을 '반병두리'라고 한다. 이 '반병두리'의 방언이 '뱅뱅도리'라고 하며, 한옥에서 서까래를 받치는 기둥을 도리라고 하는데, 그 도리처럼 가지런히 뱅뱅 돌려놓았다고 해서 도리 뱅뱅 이라고 불려 지게 된 것이라는 설도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도리뱅뱅'은 주로 빙어나 피라미 등 작은 물고기를 이용하는데, 대략 4~5cm 정도의 민물고기를 내장을 제거한 뒤 30~40초가량 초벌구이를 하고 기름에 바싹 튀겨 낸다.

그리고 둥글게 뱅뱅 돌려가며 놓은 뒤 매콤달콤한 고추장 소스를 튀겨 진 민물고기에다 바른 뒤 부추를 올리는데, 뜨거울 때 바로 간장 찍어먹어도 별미지만 깻잎, 고추. 마늘 등을 곁들여 쌈을 싸 먹으면 술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좋은 안주이기도 하다.

생선 크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바짝 튀기면 뼈째 먹을 수 있다. 금강일대에서 어죽과 더불어 자주 대하는 충북의 향토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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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새우 튀김. (사진= 김영복 연구가)
'도리뱅뱅'에 쓰이는 민물고기는 주로 작은 민물고기인 빙어(氷魚)와 피라미다.

옛 문헌에 빙어(氷魚)를 공어(公魚) . 동어(凍魚)라고도 기록되어 있고, 살에서 오이 맛이 난다고 해서 '과어(瓜魚)'라고도 불렀다.

빙어(氷魚)의 겉모습과 맛은 언뜻 은어(銀魚)와 비슷하다. 하지만 빙어는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는 푸른 녹색을 띤 회색빛 은어와는 달리 고기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우며, 씹으면 씹을수록 상큼한 오이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관료 문인인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년 ∼ 1504년)은 '동어(凍魚)'라는 시를 읊었는데, "北風吹作淸江氷(북풍취작청강수)북풍이 불어와서 맑은 강이 얼어붙자 萬夫鼓杵聲登登(만부고저성등등)사내들 몰려나와 얼음을 쿵쿵 치네. 氷開小竇施(빙개소두시고증)얼음판에 구멍 뚫고 그물을 쳐 놓으니 金鱗躍出爭飛騰(금린적출쟁비등)다투듯이 뛰어올라 금빛 비늘 파닥파닥 膳夫刀割腹(선부란도할복유)요리사가 칼을 들고 기름진 배 가르자 紛紛白雪滿盤盂(분분백설만반우)눈처럼 하얀 회가 접시에 가득하네. 眼花飜井醉不省(안화번정취불성)취한 눈이 어른거려 우물에 빠졌다가 一片入口精神蘇(일편입구정신소)한 조각 입에 넣자 정신이 깨는구나. 丙穴嘉魚應避席(병혈가어응피석)병혈의 가어라도 자리를 피하리니 穿貯供天廚(천시저록공천주)고이 담아 임금 계신 대궐에 바치리라."『허백당집(虛白堂集)』

이 시(詩)에서는 두보(杜甫)가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나오는 동어(凍魚)의 깨끗하고 상쾌한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술에 고주망태가 되었던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고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빙어(氷魚)라는 이름은 조선 정조 때 실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徐有1764∼1845)도『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전어지(佃漁志)에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얼음 '빙'(氷)에 물고기 '어'(魚)자를 따서 '빙어'라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겨울낚시의 인기 종으로 호수의 얼음을 깨고 견지나 소형낚시로 어획하거나 그물을 사용한다. 주 활동시기인 겨울철에 가장 맛이 좋다. 껍질이 얇아 터지기 쉬워 신선한 것을 통째로 요리하므로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육질이 연하고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담백한 맛으로 인기가 좋다. 회나 튀김, 조림, 무침, 국 등 다양하게 요리된다.

빙어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빙어의 몸에서 나는 상큼한 오이 맛이 타 지역 빙어보다 강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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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뱅뱅.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리고 작지만, 감히 잉어목에 속한 민물고기가 '피라미'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의『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조)'를 한글로 '참피리'라 하고『재물보(才物譜)』와 유사한 설명을 하고 있다.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비필어(飛畢魚)를 피라미로 보았다. 그것을 한글로 '날피리'라 하고 일명 필암어(畢巖魚)라 하는데, 그 설명을 보면, "비늘은 백색이고 등은 검고 청색을 띠고 있다. 눈에는 붉은 점이 있다. 배는 조금 둥글고 꼬리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빨아서 언도(偃刀) 모양과 같다.

4개의 아가미가 턱 밑에 있고 2개의 지느러미가 등 위와 배 밑에 있다. 꼬리는 갈라져 제비 꽁지와 같다. 큰 것은 3∼4촌이다. 일명 필암어(畢巖魚)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피라미를 가리키는 것이다.

비필어(飛畢魚) 다음에는 적새어(赤魚)를 기재하고 한글로 불거지라 하였다. 그것은 전신이 미적색(微赤色)이어서 적새어라고 하는데 강호 천택의 곳곳에 있으며 파리를 즐겨 먹으므로 낚을 때는 파리를 미끼로 이용한다 하였고, 4∼5월에 턱밑과 입술 가에 혹이 생기는데 그 모양이 메조밥〔粳粟飯〕의 밥알 같고 서로 잇닿아 접착하고 있는데 그 빛깔은 창흑색(蒼黑色)이라고 하였다.

이 적새어는 산란기의 피라미의 수놈을 가리키는 것이며 별종이 아니다. 산란기의 수놈이 아름다운 혼인색(婚姻色)을 띠고 추성이 돋아난 것을 보고 한 말이다.

피라미의 방언에는 불거지·불거치 등이 있다. 근년에 이르러 대형 댐을 많이 구축하게 되자 치어의 바다로의 유하가 감소되어 곳에 따라서는 피라미 자원이 격증하고 있다. 유어(遊漁)의 대상이 되는 물고기이다.

충남, 전북에서는 피리, 피래미, 피라지라 불린다. 강원도에서는 부로지, 색부로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피라미는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고, 혈액순환을 개선시키고 빈혈이나 동맥경화에 효과가 있으며, 고혈압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라고 한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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