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사람 사는 세상에 없다는 3개 '정답, 비밀, 공짜'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사람 사는 세상에 없다는 3개 '정답, 비밀, 공짜'

심은석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4-02-19 17:45
  • 신문게재 2024-02-20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심은석 교수
심은석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청룡의 새해, 어느덧 입춘을 지나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얼었던 산과 들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고 메말랐던 나무들에 새순이 돋는다. 생명의 기승전결로 맺는 세월이라는 진리는 어김없이 다시 시작된다. 삶과 죽음, 오르막과 내리막, 시작과 끝, 젊음과 늙음, 성공과 실패, 부유함과 가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불변의 법칙이라는 진리가 있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진리는 도처에서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는 없는 것이 3개 있다고 한다. 우스개 소리나 경구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세상에 없는 세가지는 정답과 비밀과 공짜라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자연의 법칙과 비교해 보기도 하지만 그 해답은 점점 세상과 익숙해 지면서 세월이 한참 지나며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 살아가는 방법에 정답은 없는거야, 그래 사람 사이에 공짜는 없는 거야. 그래 세상에는 절대 비밀이 없어,

며칠 전 신문기사에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 미국 선생님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어느 날 미국 어린이 집에서 곤충도감을 보면서 거미의 다리를 세어 보고 한 아이가 8개라고 하고 다른 아이는 9개라고 하고 다른 아이는 10개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지금 나이에는 몇 개를 아는 것보다 우선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단다. 왜 그렇지? 미국에서는 글자를 막 배우는 아이에게 철자법을 바르게 쓰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한국 교육은 지나치게 정답에 집착한다. 4지 선다형 문제풀이 수능을 치루고 얼마나 정답을 맞추었느냐로 각종 시험의 당락을 정하고,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는 정답을 다시 고르고 정답을 찾는 삶의 방식에 익숙한 것 같다. 치열한 경쟁과 타인의 시선, 체면과 최고만이 살아남는 양육강식의 처절한 정글을 어린 시절부터 교육하는 것이 한국 교육의 최상의 성과인지 아쉬울 때가 있다. 이제 한국 교육도 정답을 가르치기 보다 생각하고 끝없이 의문하며 스스로 찾아가는 학습방법으로 개선하면 좋겠다고 생각이다. 정답을 찾는 일은 AI, 쳇GPT, 유튜브 등 인터넷이 대신할 수 있고 파파고 등 외국어 번역도 일상화되는 오늘날 암기 위주의 정답 찾기 교육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두 번째 없는 것은 비밀이라고 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너만 알고 있어, 너에게만 말하는 거야," 귓속말로 속삭이지만 그 순간 비밀은 없다. 특히 인터넷 시대, 수십 년 전 기록이 영원히 남아 있고, 아무 생각없이 과거에 썼던 댓글 하나라도 다 드러나는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는가? 범죄나 사건 현장에도 CCTV, DNA지문, 블랙박스, 신용카드, GPS, 카톡, 휴대폰, 컴퓨터 기록 등 모든 자료에 숨겨질 비밀과 완전 범죄는 할 수 없다. 완벽에 가까운 디지털화 사회에서 비밀을 만들고 지키기는 정말 어렵다고 한다.

세 번째 없는 것은 공짜라고 한다. 아무 댓가 없이 공짜로 선의를 베푸는 착한 사람도 많지만 직장이든 공직이든 거래처 사이에 공짜는 없다. 누구에게서 도움을 받았으면 자기도 베풀어야 한다. 이유 없이 무한정 도움을 주거나 받을 수도 없다. 각종 사기 범죄, 뇌물 사건, 청탁 사건 등 모든 범죄는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잊어버리는 순간 발생한다. 살면서 영위하는 재화와 용역은 누군가의 고단함과 수고로움에서 만들어 진 것이기에 사람 사이에서 공짜는 있을 수 없다. 세상은 각박하고 갈등과 분노가 끊이지 않는 원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세상에 정답과 비밀과 공짜가 실제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배부른 사자는 절대로 사냥하지 않는다. 사람은 배부르고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더 많이 갖기 위해 남을 해치고 빼앗는 지구 상에 가장 진화된 생명체라고 어느 학자는 절규했다. 연일 시끄럽고 고단한 세상일지라도 새해에는 배려하고 함께 사는 평온한 세상이 되어 사람의 향기 가득한 새봄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2.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3.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4.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의회승인' 쟁점될까
  5. [사설] 충남 산업 패러다임 바꿀 '수소 허브'
  1. 백일해 발생신고 증가 추세… 대전충남 2000여건
  2. 건양사이버대 이진경 교수 K-MOOC 특강·컨퍼런스
  3. 1기 신도시 재건축 본격화…주민동의율, 공공기여 등 핵심
  4. 지천댐부터 충남-대전 행정통합까지… 충남도의회 제356회 정례회 도정 및 교육행정 질문
  5. [신동렬 변호사의 경매 첫걸음] 배당에 대한 이의 ④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한은, 시장 예상 깨고 기준금리 0.25% 인하 단행… 3.25%→3.00%로
한은, 시장 예상 깨고 기준금리 0.25% 인하 단행… 3.25%→3.00%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이은 두 차례 연속 인하 결정으로, 이를 통해 최근 확산한 국내 경기 부진 우려를 떨쳐내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추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에 나선 바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지만, 예상을 깨고 2연속 금리 인하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최근 급격히 침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