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기자. |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흔하디흔한 웃픈(?) 말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자 결혼식 비용이 날뛰고 있다.
사회 초년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냐. 집 하나 마련하기도 벅차다. 그런 상황에 요즘 웨딩홀은 상처가 난 곳에 소금을 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사실 나와 내 친구들의 슬픈 경험담이다.
올해 결혼을 생각하며 작년부터 웨딩홀 업체를 찾아다녔다. 원하는 날과 시간에 식을 올리기 위해선 1년 전부터 예약하는 게 안정적이다. 원하는 웨딩홀 디자인을 보고 3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대략적인 가격을 묻는 말에 모두 "직접 오면 설명해주겠다"는 형식적인 말뿐이었다.
예약을 위한 예약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당장 2주 동안은 예약 상담이 꽉 차 3주 뒤에나 오라더라. 업체가 정한 시간에 맞춰 현장을 방문해 웨딩홀 이곳저곳을 바라보며 내가 그곳에 서 있는 상상을 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 기분은 상담실에 들어간 순간 불쾌감으로 바뀌었다. 업체 측에서 요구한 보증 인원은 턱없이 많았다. 두 달 전 이곳과 계약한 친구보다 100명이나 많아졌다. "갑자기 보증인원이 왜 이렇게 늘어 난건가요?"라는 내 질문엔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그 많은 인원이 올 리 없는데, 사용하지 못한 식권 비용을 모두 내야 한다니 짜증이 솟구쳤다.
그래도 어쩌겠나. 다른 곳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저와 계약해줘서 감사합니다'라는 을의 처지에 있어야 했다.
나와 친한 지인은 생각해놓은 비용보다 500만 원이 높아지자 고심에 빠졌다. 작년 수준에 맞춰 금액을 정한 건데 가격이 이 정도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고 한다. 신혼여행이며 웨딩 밴드 등 돈 나갈 곳 투성인데 말이다. 울컥하는 마음에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 선언했으나 양가 부모님들이 받아줄 리가 있나.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들에게 결혼을 독려한다. 그러나 이들이 결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전혀 관심도 없다. 업체들이 마음대로 정한 물가에 요구받는 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줘야 한다. 계약금을 돌려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공정위 기준에 따르면 예식 예정일로부터 150일 전까지 계약 해제하면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찾는 업체들의 환불 기간은 길면 한 달 짧으면 2주였다. 업체가 이를 어기더라도 위법이 아니다 보니 그들의 '횡포'는 여전하다.
결혼 첫 단계부터 무너지는 현실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누가 선뜻 결혼을 올리겠나. 결혼을 강요하기 전에 이 문제를 풀어갈 방법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지윤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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