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2-16 11:3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 욕심은 끝이 없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 그대로다.

권력을 장악하니 황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다만 신하가 따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험 삼아,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이것은 말입니다"라고 한다. 아무리 어리석은 황제라도 사슴과 말을 구분 못하랴 "승상이 잘 못 본 것이요."

그러자 대신을 둘러보며, 말인지, 사슴인지 재차 묻는다. 말이 아니고 사슴이라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위세에 눌려 말이라 동조하며 묻는 이 비위에 맞추거나 모른 체한다. 사슴이라고 답한 사람은 암암리에 모두 처형한다. 모든 신하가 두려워하여, 그가 하는 일에 감히 이의 제기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한다. 《사기(史記) 〈진이세본기(秦二世本紀)〉》에 나오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指鹿爲馬)'로 환관 조고(趙高)의 이야기다.

조고는 중국 진(秦)나라 관리이다. 태어난 것은 알 수 없으나 기원전 207년 9월에 죽었다. 통일 중국의 첫 번째 황제인 진시황은 자자손손 진나라가 번성하길 기대했다. 바램과 달리 5차 순행 중 중병에 걸리고 만다. 천수가 다했음을 직감했을까? 수하에게 큰 아들 부소(扶蘇)가 자신을 맞으러 와, 주도하여 장사지내도록 하라는 편지를 쓰게 한다. 그러나 사자에게 전하기도 전에 저승으로 떠난다. 진시황제가 죽자, 승상 이사(李斯) 등 함께 있던 사람 모두 회유하여 시황의 유고를 숨긴다. 뿐인가, '자결하라'는 조작된 유서로 태자 부소 등 유력인사를 자결토록하고, 거부하는 사람은 모반죄로 처형한다. 조고는 어느 정도 능력이 있어, 법치국가인 진나라 법을 다 외우고 있었다 한다. 마침내 이사까지 제거하고 자신이 승상이 된다. 자신이 앉힌 황제 호해(胡亥)를 농락하며 벌인 사건이다. 거짓이 어찌 지속될 수 있으랴!



실정과 사치로 수탈이 더욱 가혹해지자 마침내 진승(陳勝)·오광(吳廣)의 난을 시작으로 반란군이 봉기하여 나라가 풍전등화에 이른다. 김희영의 <이야기 중국사1>에 의하면, 조고 자신이 규탄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한다. 권력에 이용한 황제마저 제거하기 위하여 음모를 꾸민다. 특별한 명분 없이 위계로 궁에 쳐들어가, 사위 염악(閻樂)에게 황제를 압박토록 하여 자결하게 만든다. 옥쇄를 쥐었으나, 하늘과 군신이 허락지 않음을 깨닫고 부소의 아들 자영(子?)을 옹립하려 한다. 그의 만행과 과오를 잘 아는 자영은 조고 홀로 자신의 처소로 오게 하여, 두 아들과 한담(韓談)에게 시켜 조고의 심장에 칼을 꽂는다. 다시, 함양 저잣거리에서 효수하고 삼족을 멸한다. 마침 남양을 평정하고 무관(武關)으로 진격해온 패공 유방(劉邦)에게 함양 또한 무너지고 만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항상 가난하다. 늘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탐욕에 집착하면 사리분별이 되지 않아 위기에 처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욕심이 지나치면 자신과 이웃, 나아가 나라까지 망치는 것이다.

2,250여 년 전 이야기가 어렴풋이 눈앞에 펼쳐진다. 매우 닮아있다. 섬뜩하다. 지록위마 같은 억지와 거짓이 난무하고, 과격한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아첨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누구에게 바치는 것일까? 비위에 맞춘 달콤한 말이 역겹다. 이 모두 개인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 아니랴.

학문이 뛰어나지 못해도 물욕에서 벗어나면 성인이 될 수 있다 하지 않는가. 홍응명(洪應明)의 어록인 <채근담>에서 보았다. "사람으로서 뛰어나게 위대한 일은 못 하더라도 세속의 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명사라 일컬을 수 있다. 학문을 연마하되 뛰어나게 공부하지 못하더라도 물욕을 마음에서 덜어 낼 수 있다면 성인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作人, 無甚高遠事業, 擺脫得俗情, 便入名流. 爲學, 無甚增益工夫, 減除得物累, 便超聖境.)" <도덕경>에는 성인은 과도한 것을 버리고, 과욕을 버리고, 교만을 버린다고 하였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