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장악하니 황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다만 신하가 따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험 삼아,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이것은 말입니다"라고 한다. 아무리 어리석은 황제라도 사슴과 말을 구분 못하랴 "승상이 잘 못 본 것이요."
그러자 대신을 둘러보며, 말인지, 사슴인지 재차 묻는다. 말이 아니고 사슴이라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위세에 눌려 말이라 동조하며 묻는 이 비위에 맞추거나 모른 체한다. 사슴이라고 답한 사람은 암암리에 모두 처형한다. 모든 신하가 두려워하여, 그가 하는 일에 감히 이의 제기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한다. 《사기(史記) 〈진이세본기(秦二世本紀)〉》에 나오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指鹿爲馬)'로 환관 조고(趙高)의 이야기다.
조고는 중국 진(秦)나라 관리이다. 태어난 것은 알 수 없으나 기원전 207년 9월에 죽었다. 통일 중국의 첫 번째 황제인 진시황은 자자손손 진나라가 번성하길 기대했다. 바램과 달리 5차 순행 중 중병에 걸리고 만다. 천수가 다했음을 직감했을까? 수하에게 큰 아들 부소(扶蘇)가 자신을 맞으러 와, 주도하여 장사지내도록 하라는 편지를 쓰게 한다. 그러나 사자에게 전하기도 전에 저승으로 떠난다. 진시황제가 죽자, 승상 이사(李斯) 등 함께 있던 사람 모두 회유하여 시황의 유고를 숨긴다. 뿐인가, '자결하라'는 조작된 유서로 태자 부소 등 유력인사를 자결토록하고, 거부하는 사람은 모반죄로 처형한다. 조고는 어느 정도 능력이 있어, 법치국가인 진나라 법을 다 외우고 있었다 한다. 마침내 이사까지 제거하고 자신이 승상이 된다. 자신이 앉힌 황제 호해(胡亥)를 농락하며 벌인 사건이다. 거짓이 어찌 지속될 수 있으랴!
실정과 사치로 수탈이 더욱 가혹해지자 마침내 진승(陳勝)·오광(吳廣)의 난을 시작으로 반란군이 봉기하여 나라가 풍전등화에 이른다. 김희영의 <이야기 중국사1>에 의하면, 조고 자신이 규탄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한다. 권력에 이용한 황제마저 제거하기 위하여 음모를 꾸민다. 특별한 명분 없이 위계로 궁에 쳐들어가, 사위 염악(閻樂)에게 황제를 압박토록 하여 자결하게 만든다. 옥쇄를 쥐었으나, 하늘과 군신이 허락지 않음을 깨닫고 부소의 아들 자영(子?)을 옹립하려 한다. 그의 만행과 과오를 잘 아는 자영은 조고 홀로 자신의 처소로 오게 하여, 두 아들과 한담(韓談)에게 시켜 조고의 심장에 칼을 꽂는다. 다시, 함양 저잣거리에서 효수하고 삼족을 멸한다. 마침 남양을 평정하고 무관(武關)으로 진격해온 패공 유방(劉邦)에게 함양 또한 무너지고 만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항상 가난하다. 늘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탐욕에 집착하면 사리분별이 되지 않아 위기에 처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욕심이 지나치면 자신과 이웃, 나아가 나라까지 망치는 것이다.
2,250여 년 전 이야기가 어렴풋이 눈앞에 펼쳐진다. 매우 닮아있다. 섬뜩하다. 지록위마 같은 억지와 거짓이 난무하고, 과격한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아첨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누구에게 바치는 것일까? 비위에 맞춘 달콤한 말이 역겹다. 이 모두 개인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 아니랴.
학문이 뛰어나지 못해도 물욕에서 벗어나면 성인이 될 수 있다 하지 않는가. 홍응명(洪應明)의 어록인 <채근담>에서 보았다. "사람으로서 뛰어나게 위대한 일은 못 하더라도 세속의 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명사라 일컬을 수 있다. 학문을 연마하되 뛰어나게 공부하지 못하더라도 물욕을 마음에서 덜어 낼 수 있다면 성인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作人, 無甚高遠事業, 擺脫得俗情, 便入名流. 爲學, 無甚增益工夫, 減除得物累, 便超聖境.)" <도덕경>에는 성인은 과도한 것을 버리고, 과욕을 버리고, 교만을 버린다고 하였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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