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세계 AI 칸 페스티벌을 통해 만난 얀 르쿤 교수와 EU AI법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세계 AI 칸 페스티벌을 통해 만난 얀 르쿤 교수와 EU AI법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승인 2024-02-15 17:08
  • 수정 2024-02-15 17:51
  • 신문게재 2024-02-16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215095604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지난 2월 8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제3회 세계 AI 칸 페스티벌(WAICF 2024)이 개최됐다. 250여 개의 강연·토론 세션이 테크·전략, 응용, 데모, VC서밋 등 8개 카테고리로 나뉘어 진행됐다. IBM, HPE 등 글로벌 기업, INRIA 등 연구소 그리고 AI 스타트업들의 230여 개의 전시부스가 마련돼 성황리에 열렸다. WAICF 마지막 날인 토요일은 '오픈데이' 행사로 전시장을 무료로 개방해 일반인들도 강연과 다양한 AI 첨단 기술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많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삼삼오오 아이들 손잡고 온 가족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U에서 열리는 글로벌 AI 행사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성형 AI 시대에 EU의 AI 분위기와 열기는 어떨지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만약 누군가 이번 WAICF가 필자에게는 어떤 의미냐고 묻는다면 '얀 르쿤 교수'와 '유럽연합 AI법'(EU AI Act)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생각해 보게 된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뉴욕 주립대 교수 겸 메타 수석 과학자인 얀 르쿤 교수에 대해서는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 교수와 몬트리올대 요슈아 벤지오 교수와 함께 딥러닝의 아버지라 불리고 2019년 컴퓨터과학의 노벨상인 '튜링상'을 공동 수상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이번 WAIFC에서 첫째 날 오전 얀 르쿤 교수의 '목표지향적 AI'(Objective-Driven AI)라는 제목의 키노트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얀 르쿤 교수가 패널 중의 한 명으로 나오는 '우리는 AI 연구 속도를 늦추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토론 세션에도 참석했다.

얀 르쿤 교수는 범용인공지능(AGI) 출현은 시기상조이며, AI가 진화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규제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슈퍼 AGI가 출현해서 인류를 멸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망상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EU에서 추진 중인 AI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자칫 AI 기술 혁신에 제동이 걸려서 인류 문화가 한 단계 더 진화하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23년 5월 구글을 퇴사한 후 뉴욕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AI 발전 속도가 "무섭다"(scary)고 말하면서 규제의 필요성을 암시한 제프리 힌튼 교수와 상반되는 결이어서 잠시 충격을 받았다. 두 거장 중에 어느 쪽에 서야 할 것인가? 이번 WAICF가 필자에게 남긴 숙제다.



이번 WAICF를 통해서 세계 최초의 AI 규제법인 EU AI법에 대한 EU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EU AI법 관련해선 예전에 신문 기사를 통해 얼핏 본 적이 있는 정도였다. 필자가 참석했던 많은 세션에서 EU AI법이 언급돼서 놀랐다. 첫날 오전에 참석한 AI 오픈소스 세션에서 EU AI법이 훈련데이터 공개 의무 등 오픈소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의됐다. 둘째 날 프랑스 브루노 르 메르 경제재무장관 겸 디지털 장관 키노트 연설에서도 EU AI 주권과 AI법에 대해서 언급됐다.

EU AI법 초안이 EU 집행위원회에 의해서 2021년 4월에 발의됐으며, 여러 우여곡절 속에 수정안이 2023년 12월에 EU 집행위원회, EU 의회, 27개 EU 회원국 대표 간에 잠정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조만간 최종 합의안이 승인되면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6년 초에 공식 시행될 예정이다. 두 달 전 세계 최초 AI법에 대한 전격적인 합의 도출의 열기가 이번 WAICF까지도 전달된 듯하다.

EU AI법을 둘러싸고 "적절한 규제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주장과 "규제는 혁신을 파괴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AI 규제법은 양날의 칼이다. 칼은 적에게 치명적일 수 있지만 잘못 휘두르면 오히려 다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규제 법안인 이번 EU AI법에 대해서 특히 가장 영향을 받게 되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미국 및 한국 등 세계 각국의 대응이 어떨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