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도시가 보이는 시장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도시가 보이는 시장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4-02-15 17:11
  • 신문게재 2024-02-16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학예에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곳, 우리가 잘 아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모든 학문의 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이 등장해 지금까지도 선구에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는 곳,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학당은 르네상스의 화가 라파엘로의 그림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인간존재의 기초와 기본으로 바탕이 되고 있다. 그리스의 학예는 로마에 전수되고 이를 이어받은 로마는 인류사상 가장 위대하다 할 수 있는 르네상스를 탄생시켰으며 그 바탕이면서 인류사에 중대한 휴머니즘 사고를 발현한 기폭제가 된 것이다.

도시국가 폴리스(polis)가 등장했고 폴리스는 지금의 메트로 폴리스라 부르는 대도시의 기원이 된다. 아고라에서 시민들은 제멋에 맞게 나름의 이야기를 소재로 토론을 했고 자연 사람들이 모이는 이곳은 그야말로 모두에게 열린 공동의 장소로 탄생하였다. 아고라의 본래의 의미는 사람들의 모임 의미를 지닌 집결장소를 뜻한다. 이런 배경으로 시작된 아고라는 서서히 여러 종류의 집합 장소로 확대되기 시작해서 언제라고 정확히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점차 그 모습이 변모되었다. 당시 정치와 군대의 모집 집결장소도 이곳이었고 또한 필요한 물건을 교환 판매하는 오늘날의 시장 같은 행위도 여기서 벌어졌다. 한마디로 쉽게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공간은 다목적으로 쓰임새가 많아 정치가들의 유세장소로 때론 운동경기 같은 경기장으로 때론 학예가 발표되는 문화공간으로 무한히 변모해 갔으며 대규모 군중의 집합체인 광장도 여기서 출발하여 여러 모습의 오늘날 도시구조의 활력을 주는 주요 공간으로 발전해 왔다.

동서양 문화의 교차로인 천년 도시 튀르키에의 콘스탄티노풀은 동로마제국이자 비잔틴제국의 수도로 지금의 이스탄불이며 이곳엔 오래된 시민들의 아고라인 바자르가 있다. 천년 속의 도시이며 문명의 교차로로서 이 도시의 면모는 여러 표징으로 헤아리게 되며 대부분은 불루모스크와 성당으로 시작해 모스크가 된 하기아소피아와 같은 엄청난 기념비에 주력하지만 시민들의 체취와 숨결이 느껴지는 동요는 바로 이곳 시장 안에 들어있는 천년의 왕국 동로마제국과 오스만의 술탄이 주재한 흔적에서 동서양의 격정과 역사의 소용돌이를 느낀다. 그란드 바자르시장은 이스탄불의 구도심에 있으며 21개의 입구를 지닌 시장 안에는 보기에도 묵직한 금 공예품들이 가득해서 부를 상징했던 천 년의 시간과 도시를 느낄 수 있다.

보기 만해도 배가 부른 전통시장의 모습, 이 시장의 위상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고 우리네 삶의 중심이 되지만 실상은 어두운 면도 없지 않아 좀 안타깝기도 하다. 최근 화재로 불행을 겪은 우리의 시장을 생각하며 안타까움이 커진다. 그 그늘의 핵심은 바로 물리적 시설의 상대적 열세에 있고 단위상점의 위상이 약하기 때문이라 본다. 여러 면에서 열세에 있는 우리 시장에 비해 상점과 상품의 권위를 존중하는 유럽의 나라들에서 거리의 상점은 오히려 대형의 기세를 밀어내고 있다. 비둘기 날리는 베니스의 산마르코광장은 다양한 먹거리와 명품가게들이 공존하는 열린 시장이다. 또한 로마의 스페인 계단 아래 콘도티거리는 내로라하는 명품가게들이 즐비한데 비해 밀라노의 최고 백화점인 리나첸토 안에서 명품가게를 찾을 수는 없다. 여기서 대형 백화점은 그냥 일반 생활용품들로 집합된 시설에 불과하다. 오히려 두오모 성당 앞의 아케이드 빅토리오 엠마뉴엘2세 갈레리아에서는 고급스럽고 다양한 것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폴레옹 시절에 만든 밀라노 두오모와 그 앞의 거리는 그야말로 거리 이상의 도시의 응접실 같은 곳이기도 하다. 도시가 보이는 시장은 거리의 모습이고 곧 그 거리는 도시의 응접실 같은 곳으로 도시의 어제와 오늘이 열리는 곳이 된다. 우리의 시장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오래 기억되고 성장하는 장소가 될 수 있을지 또한 도시는 어떻게 역사와 집합의 장소로 기억하고 도시의 응접실과 같은 장소를 어떻게 소유해야 할지 그 고유함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질의와 대안을 통해 새로운 변화와 인식을 찾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