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제 기자 |
내포라는 지명이 있는 줄로 알았지만, 이곳에 와서 알았다. 내포신도시는 홍성군과 예산군 일부를 내포신도시라는 새 명칭을 달았단 것을.
아무튼 내포본부로 발령받은 이후, 그리고 가장 최근 설 명절 동안 가족, 친척, 친구, 후배까지 하나 같이 묻는 말은 "내포 어때"다.
더 관심을 가지고 묻기 전에 늘 하는 답은 "괜찮아"다.
대전 사람은 문화·교육·의료 등 뭐 더 나은 것이 없지 않냐고 묻는다.
더 재미난 것은 충남 깡촌에 사는 충남사람들의 말이다. "여기랑 거기랑 비슷하면 그냥 여기에 사는 게 낫지"라는 말을 한다.
이제는 내포에 살고, 잠을 자고, 밥도 먹으며, 여기서 운동도 해왔던 한 달 동안 내포사람으로 살아가려 애를 썼던 탓인지 내포를 두고 낮추는 말들에 나도 모르게 눈 끝이 미세하게 떨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딱히 반박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과거 서울에 사는 동안 대전을 얕잡아 보던 어느 경기도 남쪽의 사람과 어디가 더 살기 좋은 동네인가를 다퉜던 기억. 미국에서 한 일본인과 어느 나라가 더 좋은 나라인가를 두고 실랑이 벌였던 기억과는 달리 아직 내포에 대한 디펜스를 못하는 내 모습에 내포에 더 많은 애정을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동네를 애정하고자 하는 의지 말고도 풀어져야 하는 현실적 인프라 문제도 많다.
내포에 와 몇몇 기관장에서 놀란 경험이 있다. 첫째는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위트 아재력이다. 신년 인터뷰에 동행하면서 김 교육감을 처음 만났다. 휘몰아치는 아재 개그에 맥을 못 추고 "다음엔 제가 3개 이상 준비해 찾아뵙겠습니다"라는 객기를 부렸으나, 아직 약속을 못 지켰다.
두 번째 놀랐던 경험은 김태흠 도지사의 이상(ideal)이다.
먼저 종합행정을 하는 곳이라는 이유에설까 일단 사업 규모가 크다. 서산공항이나 경기도와 공동 추진하는 베이밸리 메가시티, 환황해권 개발을 통한 관광단지를 만들고 중국과의 경제·문화 등을 교류하려는 방안 등을 꾸리고 있다.
지사가 꾸고 있는 그림이 실현이 된다면 일전에 만난 가족과 동료들에게 더 자신 있게 오펜스할 수 있을 것 같다. "내포 좋아"
아쉽게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먼저는 당장 올해는 충남도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성과를 내야 한다.
고속도로부터 철도, 국도·국지도, 그리고 각종 SOC 사업들, 충남형 스마트축산단지, 여기에 교육발전특구와 함께 글로컬대학 선정, 그리고 충남 국립의대까지.
일단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것들이 많다.
김 지사는 연초 각종 인터뷰를 통해 다른 시·도는 물론이고 중앙부처와 샅바 싸움부터 밀리지 않겠다고 공헌했다.
실제 예로 13일 실국원장회의에서 가로림만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부분은 지적하면서, 도-시·군 매칭과 민자 유치 등을 통한 자체 보완사업 마련을 주문했다. 정부 기조에 따른 소극 추진이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새 그림을 그려 나가는 방식으로 가로림만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맞다. 맞는 것 같다. 크게 크게 가야 하고 샅바부터 강하게 움켜쥐어야 한다.
다만 이 동네에 애정을 가지고 정착하려는 젊은이들에게 내포가 이제는 버블(bubble)이 아닌 언블리버블 도시란 걸 보여주길 바란다.
이현제 내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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