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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석 대표. |
대전에서 일본어로 된 간판 '게다(げた)'는 지역민에게 친숙하다. 게다는 지역 상권 곳곳에 녹아 들어있다. 지역에서 출발한 퓨전 음식점 게다의 메뉴는 간단하다. 술맛을 돋우는 음식은 명료하지만 화려하다. 저렴하지만 고급스럽다.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취하고 싶을 때 발길이 향한다. 게다는 엄지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사이를 끈으로 꿰어 신는 일본식 나막신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담겼다. 기분 좋은 발걸음을 선사하는 게다는 2006년 대전 서구 괴정동에서 시작해 현재 대전 19곳, 세종 1곳 등 총 20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지역 이자카야 브랜드로 명맥을 유지한다. 게다의 시작은 홍순석 대표의 남다른 분석과 열정이 만들어냈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지역 향토 브랜드로 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지역 향토 이자카야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홍 대표를 만나 게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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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요식 경험과 상권 분석=홍 대표는 젊을 때부터 요식 업계에 몸을 담았다. 소위 잘나간다는 가게에서 일을 배우며 기본부터 다졌다. 자신만의 색깔을 띠고, 지역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그가 생각한 '게다'라는 이름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유치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나 뜻이 정말 좋았다. 가벼운 발걸음이 게다의 슬로건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편하게 나막신을 방패 삼아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은 대전 서구 괴정동이다. 주된 상권보다 외각이었다. 어떻게 하면 가게를 알릴 수 있을까. 가게를 시작한 지 6개월 차에 들었을 때 홍 대표는 직접 나섰다. 양손에 전단지 100장 들었다. 매장 이용권을 나눠주며 홍보에 매진했다. 2년간 꾸준히 했다. 하루도 쉬지 않았다. 한 번 맛을 보면 다시 매장을 찾을 것이란 굳은 믿음이 있었다. 점차 손님이 늘어갔다. 소비자의 발길을 이끈 건 오픈 주방이다. 청결하다는 걸 굳이 어필하지 않아도 매장에 들어서면 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입소문을 탄 게다는 대흥점과 용전점으로 뻗어 나갔다. 어디든 발길이 닿을 수 있도록 상권 분석을 통해 입지를 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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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곧 기회로=어려움은 한참 자신감이 차오를 때 다가왔다. 네 번째 매장이 그랬다. 평수로만 100평이 넘는 신규 매장을 열었다. 기존까지는 매장이 커도 40평대였으나 처음 대규모로 시도한 것이다. 어려움이 닥쳤다. 작은 규모에서 오순도순 모여 앉아 먹는 이자카야의 맛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대규모 매장은 정리수순에 들어갔다. 그렇게 재기에 들어간 게 대전 시청점이다. 대규모 매장에 실패한 경험을 교훈 삼아 가장 작은 매장을 오픈했다. 13평 남짓한 가게였다. 수년간 함께 일해 온 직원 모두 반대했다. 장사가 안될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홍 대표는 실패에도 자신의 감을 믿었다. 그 결과 시청점의 매출은 소위 대박을 쳤다. 월 매출이 수 천 만 원에 이를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6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경쟁 속에서 살아남다=대전 서구 둔산동 백화점 앞은 지역에서도 메인 중 메인 상권이다. 전국 상권 중 탑으로 꼽힌다. 그만큼 여러 브랜드가 입점을 노리고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이른바 안테나 매장들이 즐비했다. 전국구 프렌차이즈가 가장 많다. 홍 대표는 게다로 당당하게 입성했다. 현재까지 자신이 구축한 메뉴와 영업 노하우, 분위기 등을 한껏 살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년 반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상권에서 자영업을 해본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게다가 뿌리를 내리는 데는 가게만의 특징이 분명해서다. 프리미엄 이자카야와 편하고 값싼 이자카야의 중간을 모티브로 삼은 게 바로 게다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비싼 안주 주문이 어려운 고객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중저가로 타깃을 잡았다. 간단하지만 고급스럽고, 좋은 사람과 함께 가고 싶도록 메뉴를 설정했다. 남녀노소, 젊은층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려한 메뉴다. 메로구이부터 새우모듬튀김, 육회연어세트, 게다짬뽕탕, 명란구이, 연어모듬사시미, 연어담은딱새우세트, 전복산낙육회세트, 딱새우회, 딱새우찜세트 등 술과 조화로운 메뉴들로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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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직송으로 신선함을 더하다=홍 대표는 여러 흥행 메뉴 중 딱새우를 주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한다. 산지에서 바로 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간 유통 마진이 붙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최대한 살려 제주도 식자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배송이 오래 걸렸으나 새벽에 출발하면 당일 비행기를 통해 받는다. 산지에서 바로 온다. 신선함은 덤이다. 활어와 선어도 오랜 노하우로 메뉴에 넣었다. 통상 배송이 오래 걸리면 활어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런 걱정이 없다. 입안에서 살아 숨 쉬는 회를 맛볼 수 있다. 생선이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야 육질이 좋아진다. 홍 대표는 양식장 옆에 바로 작업장도 구축했다. 바로 회를 떠서 진공상태로 온다. 제주에서 먹는 그 맛을 대전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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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담은딱새우세트 |
▲창업 시 게다만의 혜택도 풍성=홍 대표는 게다 브랜드로 창업하는 창업주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 통상 대형 프렌차이즈의 로열티는 3~4%인데, 이보다 낮게 책정했다. 되도록 가맹점주가 창업을 통해 게다의 발전을 일으킬 수 있도록 수수료를 많이 받지 않는다. 또 게다만의 물류 유통의 장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가맹점주가 비싸다고 느껴선 안 된다는 그만의 철학이다. 자신이 처음 창업했을 때를 생각해 가맹점주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수익적으로 점주가 만족스럽게 하려면 본사가 이를 감내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수익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을 속이는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대표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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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모듬튀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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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연어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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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짬뽕탕 |
▲"언제든 편하게 오실 수 있도록"=홍 대표는 동네마다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매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고 했다. 게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주도산 단새우 등의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대전·충남 30곳의 매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물류망을 공고히 갖춰 전국적인 대전 지역 브랜드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홍 대표는 "대전에서 15년 된 게다는 대전 대표 브랜드로 수도권에서 광고를 많이 하는 대형 업체들과는 견주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앞으로 향토 브랜드로 미숙한 점을 보완해서 전국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이익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알고 있기 때문에 게다와 함께하는 모든 식구가 동반 성장할수록 게다가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지역과 함께 발전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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