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더해 제3 지대 개혁신당도 등장했다. 이 때문에 집권여당과 제1야당 1대 1 구도로 치러졌던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3파전의 가능성이 커졌다.
제22대 총선은 짧게는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 국정 주도권, 길게는 3년 뒤 차기 대선을 향한 헤게모니가 걸려 있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총력전에 나선 이유다.
민주당은 정권심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운동권 심판을 각각 프레임으로 내걸고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 총선 구호부터 상대를 물어뜯기에 바쁘다 보니 디데이를 코 앞에 둔 지금 양당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둘러싼 대치다. 윤 대통령은 KBS 대담에서 "(상대를)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 기대를 배신했다"며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이 명품백 논란에 대해 사과했으면 야당 요구가 일파만파 될 것"이라고 반격했다.
설 연휴 때도 여야의 공방은 계속됐다. 여당은 민주당 86세대에 대해 "미래 지향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적폐"라고 힐난했고 민주당은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며 윤석열 정부에 발톱을 바짝 세웠다.
중앙 발(發)이슈와 정쟁이 총선정국을 뒤덮다 보니 충청권 이슈 파이팅은 실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는 이번 총선에서 관철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는 점에서 볼 때 매우 유감스런 대목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조기건립은 시대적 과제다. 또 무늬만 혁신도시로 남아 있는 대전시와 충남도에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확답받는 일도 시급하다.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2027 하계 U대회 등 충청 메가시티로 도약하기 위한 과업도 하루 빨리 반석 위에 올려야 한다.
고질적인 충청홀대론을 불식해야 하는 것도 급선무다. 21대 국회에서 무려 22조 원이 넘는 등 영·호남 현안이 입법을 통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지만, 충청 현안은 번번이 이에 발목을 잡히면서 나오는 지적이다.
여야는 역대 공직선거를 거치면서 캐스팅보터 지역인 충청권에서 이겨야 최종적으로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도 총선 디데이를 임박해선 장밋빛 청사진을 들고 충청권을 향한 구애를 시작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560만 충청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진정성 있는 공약(公約)을 가져왔는지 아니면 선거 때 으레 내놓는 공약(空約)으로 표만 얻으려 하는지 훤히 보인다.
구체적 로드맵과 예산 확보 방안이 빠진 것들은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여야에 묻는다. 원내 다수당이 되기 위해 금강벨트 승리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하루속히 정쟁을 접고 충청 현안을 반석 위에 올릴 비전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충청 28개 지역구에서 '금배지'를 달겠다고 나온 이들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해둔다.
<강제일 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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