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도 전과 가능, 의대 6년수업 대학 자율운영

교육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대학 내 벽 허물기' 학과·학부 원칙 폐지, 학칙으로 자율화

#. 2023학년도 대학 신입생 A 씨는 한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재수를 결심했다. 성적에 맞춰 진학한 탓에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과하고 싶었지만, 법적으로 2학년 이상만 가능했다. 반년을 허비하는 것보다 자퇴를 선택한 A 씨는 학원가로 향했다.

#. 지역 대학가는 반수나 자퇴를 하는 중도 이탈자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입학 후 바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을 비롯해 미등록·미복학 등 중도탈락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N수생'은 늘고 '칼 졸업'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오늘도 신입생 유치를 위해 나선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동안 대학 2학년에게만 허용됐던 전과가 1학년 학생에게도 허용된다. 예과 2년·본과 4년으로 구성됐던 의대 수업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고 13일 밝혔다. 115개 조문 중 40개 조문을 개정했다.

우선, 대학 내 벽 허물기를 위해 대학에 학과·학부를 두도록 한 원칙을 폐지했다. 대신 학과·학부에 상응하는 조직을 학칙으로 자유롭게 둘 수 있도록 했다. 각 대학은 융합학과(전공) 신설이나 학생 통합 선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조직을 자유롭게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전과 제한이 완화된다. 그동안 2학년 이상의 학생에게만 허용되던 전과가 1학년 학생에게도 허용되도록 학년 제한을 폐지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학칙 등 내부규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일각서 우려하는 '인기 학과로의 쏠림현상' 등을 막기 위해 전과 규모나 학생 선정방식 등을 대학이 학칙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의대의 예과와 본과도 통합된다. 예과 2년·본과 4년으로 일률적으로 운영되던 의과대학 등의 수업연한을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유연하게 설계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의대의 경우 교양수업과 기초적인 학문을 닦는 예과, 전공필수 과목과 병원 실습을 하는 본과로 구성된다. 통상적으로 본과 1, 2학년 때 해부, 병리학 생화학, 신경과학 등 지식을 배우고 본과 3, 4학년에 병원으로 나가 임상 실습을 하게 된다.

지역의 한 의대 교수는 "통합 6년제 정착 땐 본과에서 배우는 해부학 등 수업이 예과로 내려오게 될 것"이라며 "교수진 증원과 강의실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설립·운영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비롯해 유치원 교원의 교권 회복을 위해 유아생활지도의 방식과 범위를 담은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고미선 기자 misuny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