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의료계가 반발하는 가운데 13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13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파업 여부를 두고 밤샘토론을 벌인 전공의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결정했다. 집단행동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전문의 실기시험이 끝나는 15일 개별적으로 수련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저항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공의들이 2020년 정부가 추진한 의대증원을 무산시켰을 때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19일간의 집단휴진을 이어갔고, 충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 등 대전권 500여 명의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해 진료 차질을 겪은 바 있다. 올해 전공의 실기 시험이 15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구체적 의견표명이나 움직임은 그 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응급의료 전문의 모임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우리는 의대생들과 전공의협회를 적극 지지하며, 희생자라도 발생할 경우 전체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전공의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대전시의사회는 15일 예정한 첫 집단행동에 많은 의사가 참여해 단합된 의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연락을 돌리며 참여를 독려했다.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에 반대해 2023년 3월부터 두 달간 궐기대회를 이어간 경험이 있는 대전의사회는 15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앞에서 규탄대회에서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지역 의사들의 의견을 정부와 시민들에게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단체에서 집단행동 발표가 없었다는 데 일단 안도하며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대화의 문이 활짝 열려 있기에 언제라도 저희는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집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서 우리의 문화와 환경을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데 함께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잘못된 정치적 편견에 의료정책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며 저항 의지를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완전한 논문과 의대정원 수요조사 같은 비합리적인 방법을 동원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증원을 추진하는 시도를 절대 좌시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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