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25. 대전에서 맛보는 '시골 막국수'

  • 문화
  • 맛있는 여행

[맛있는 여행]-25. 대전에서 맛보는 '시골 막국수'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2-19 09:23
  • 수정 2024-02-20 14:12
  • 신문게재 2024-02-13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KakaoTalk_20240212_094943014_04
대전 '시골 막국수 n 옹심이' 식당.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우진디저트(주) 이기영 대표의 추천으로 세 가지 의외성을 가지고 대전 '시골 막국수와 옹심이'를 찾았다.

우선 주방 안을 살펴봤다. 주방 한 쪽에 면을 뽑는 '면자기(麵機)' 요즘 말로 '냉면기계'와 둥근 메밀반죽 눈에 들어온다.

조선 시대 냉면을 만들기 위해 메밀을 반죽해서 실보다 약간 굵은 냉면 면발을 뽑기 위해 '면자기(麵機)'를 만들어 사용 했다.

이 '면자기(麵機)'에 대한 기록은 조선후기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 1764-1845)가 한자로 쓴 전통 백과사전『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면자기에서 면을 뽑는 것은 매우 고된 노동이었다.



그 후 해방 전 1932년 함경남도 함주군의 금강 철공소 주임이었던 김규홍 씨가 기계식 면자기를 개발한 이후 냉면의 대중화가 시작 되었다.

어쨌든 요즘 추세가 냉면집이나 막국수 집에서 공장에서 자동화된 기계로 뽑은 냉면이나 막국수를 쓰는데, 이 집은 냉면기계를 놓고 면(麵)을 직접 뽑고 있었다.

KakaoTalk_20240212_094943014_02
면 자기로 면을 뽑는 장면. (사진= 김영복 연구가)
10분도 채 안 되어 푸짐하게 담긴 막국수가 나온다. 갈홍 색 막국수 하얀 무위에 검은 김 가루와 삶은 계란 반쪽 그 위에 듬뿍 뿌려진 참깻가루 순박함이 묻어 난 막국수에 코끝을 가까이 대 본다.

냉면이나 막국수 모두 면발의 탄력과 씹히는 향도 중요하지만 우선 육수가 맛있어야 한다.

수저로 육수를 떠서 입안에 넣는 순간 시원함과 오미(五味)를 품은 은은한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면을 젓가락에 감아 면치기를 해 본다. 한 마디로 "맛있다."

강원도와 경기북부 지방의 막국수가 왜 대전에 와 추운 겨울임에도 사랑받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막'은 '마구'의 준말이다. 막 국수 서민들이 먹는 일반적인 국수를 일 컷 는 데, 흔히 메밀국수를 말한다.

메밀을 한문으로 교맥(蕎麥)이라 하는데,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로 신령스런 곡물이라고 한다.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란 白花(흰꽃), 紅莖(붉은줄기), 靑葉(푸른잎), 黃根(누런뿌리), 黑實(검은열매)를 말한다.

흰색의 금(金)의 기운, 파란색의 목(木), 붉은색의화(火), 검은색의 수(水), 황색의 토(土)의 기운, 오행의 기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식물이다.

火의 기운이 강한 여름, 金은 녹아들고, 木은 불타버리고, 水는 증발을하고, 土는 메말라 갈라지는 현상처럼, 균형을 잃기 쉬운 우리의 몸에 메밀 섭취는 그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메밀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다. 위로는 바이칼 호수지역부터 몽골, 한반도,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이족(東夷族) 계통의 곡물(穀物)이다.

다산(茶山) 정약용 (丁若鏞1762년~1836년)이 1819년(순조 19년)에 지은 어원 연구서 『아언각비(雅言覺非)』에는 "메밀을 교맥(蕎麥) 또는 수맥(收麥)이라 하고, 교맥을 목맥(木麥) 곧 메밀(毛蜜)이라 하는데, 교맥이 모가 져 있기 때문에 메밀이란 이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KakaoTalk_20240212_094943014_03
막국수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정조대왕의『홍제전서(弘濟全書)』에'늦게 심고 먼저 익는 것으로는 메밀이 최고이고,라고 적고' 정조는 이르기를, "대파(代播)하는 각 곡식 가운데는 메밀이 가장 좋으니, 늦게 파종하여도 일찍 익어서 통틀어 50일이면 충분히 낟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에서 이를 고려하여 이미 몇 년 전에 각도에 신칙하여 메밀을 넉넉히 저장해 두도록 하였다.'

천수답에 의존했던 옛날에는 비가 안 와 파종기를 놓치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파종 후 2개월이면 수확해 1년에 2모작이 가능했다.『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태종실록(太宗實錄)] 태종(太宗) 5년(1405) 5월 24일자를 보면 '풍해도(豊海道)의 가뭄으로 맥세(麥稅 : 보리세)를 면제하고, 충청도의 메밀씨[蕎麥種] 3천 석을 풍해도로 조운(漕運)하게 하였다.'고 나오고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충청도(忠淸道)편에도 부(賦 세금)으로 충청도에서 수확하는 메밀[蕎麥]이 들어 가 있다.

충청도에서도 분명 이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신독재(愼獨齋) 김집(金集1574∼1656)은 아버지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1548~1631)이 진어(眞魚)·식해·메밀국수를 즐기셨는데, 식해는 끼니마다 떨어지지 않게 그릇에 가득 담아 올렸고 국수는 사흘에 한 번씩 올리는 것을 법식으로 삼았다. 고 한다.『신독재전서(愼獨齋全書)』

충남 논산 연산에 있는 사계 선생의 종가에서 지금도 막국수를 즐겨 해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충남에서도 예부터 메밀국수 즉 막국수를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막국수를 차게 해서 먹으면 한문으로 냉면(冷)이 된다.

우리는 흔히 냉면이나 막국수 면발을 대하면 색깔의 차이를 느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제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메밀가루의 색깔이 다르고 메밀가루의 색깔에 따라 면발의 색깔도 다르게 된다.

메밀의 종실은 겉껍질, 속껍질, 배유, 배아로 구성되어 있다. 메밀가루는 메밀 종실의 어느 부분을 제분하느냐 또는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향과 풍미, 식감, 색깔 등이 달라진다.

KakaoTalk_20240212_094943014_01
막국수. (사진= 김영복 연구가)
메밀 종실의 중심부만 가루로 내면 빛깔이 희지만, 가루를 많이 낼수록 색이 거뭇거뭇한 암회색을 띠는데 이는 제분 시 속껍질이 섞여 들어갔기 때문이다. 매끈한 감촉은 떨어지지만 메밀 특유의 향이 강하고 씹는 맛과 목을 넘어가는 느낌이 특히 좋다.

보통 함흥냉면은 대부분 면자기 분창 구멍은 1.0mm 1.1mm를 쓰지만 1.2mm까지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평양냉면과 막국수는 대부분 1.3mm를 쓰고 1.35mm가 되면 분창을 갈아 준다.

메밀은 그 성질이 서늘하여 찬 음식에 속한다. 식품 중 서늘함을 느끼는 것은 체내에서 열을 내려 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배변을 용이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여름철에 메밀로 만든 국수나 냉면을 먹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며 여기서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메밀의 약효는 한의학 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대의 한의사, 한의학자(漢醫學者)였던 이제마(李濟馬 1837년 ~ 1900년)선생이 창안한 사상의학(四象醫學)에서는 메밀의 성질이 달며 독이 없고 장위를 실하게 하며 기운을 돕고 적체, 풍통, 설사 등을 없애 주며 정신을 맑게 해 태양인 체질에 좋은 한약으로 분류하고 있다.하루에 약 200g의 메밀로 묵을 만들어 두 달 동안 동맥경화증 환자에 상복시킨 결과 두통, 가슴 두근거림, 숨 가쁨, 언어장애, 목이 뻣뻣함 등의 증상이 89%의 환자에서 개선됐으며 귀울림, 팔다리 저림, 변비 등의 증상은 모든 환자에서 없어졌다는 연구도 있다.

이때 증상 개선은 약 3주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혈압은 첫 주부터 뚜렷하게 내렸는데 수축혈압이 최고 30mmHg 이상 내린 경우가 50%를 넘었고 혈압이 전혀 내리지 않은 경우는 한 예도 없었다는 것. 총 콜레스테롤과 지질 단백량도 감소됐으며 동물 실험에선 항동맥경화 항지간작용이 입증된 것으로 발표됐다. 이외에도 메밀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기억력을 좋게 하여 각종 성인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여성의 대하증 또는 몸에 열이 많아 머리에 부스럼이 생기거나 피부에 종기가 생기는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규슈대학(九州大 , Kyushu University)건강과학센터의 가와사키 테루카즈(Kawasaki, Terukazu) 교수는 1992년에 네팔 산악 민족인 타칼리(Thakali)족의 식습관과 혈압의 관계를 조사했다. 해발 2500m가 넘는 무스탕 지역에 사는 타칼리족은 메밀을 매일 상식하고 있다.

KakaoTalk_20240212_094943014
막국수 면. (사진= 김영복 연구가)
가와사키 교수는 441명(남성 229명, 여성 212명)의 혈압을 재 본 결과 혈압의 평균치가 남성의 경우 최대 혈압 127mmHg, 최소 혈압 83mmHg이었고 여성은 최대 혈압 124mmHg, 최소 혈압 80mmHg으로 남녀 모두 정상이었다. 또한, 40대와 50대의 연령층에서 혈압이 높은 사람(경계역 고혈압자 포함)의 비율을 조사해 본 결과 40대에선 남성 25% 여성 15%, 50대에선 남성 39.2% 여성 31.4%였다. 그런데 가와사키 교수가 1990년에 타칼리족과 기후와 표고가 같은 다른 지역에 사는 셰르파(Sherpa)족에 대해 조사한 바로는 혈압이 높은 사람의 비율이 40대에서 남성 51.9% 여성 36%, 50대에서 남성 56.7% 여성 50%에서 남성 56.7% 여성 50%였다.

셰르파족은 타칼리족과 달리 메밀을 전혀 먹지 않고 있었다. 셰르파족은 메밀국수를 즐겨 먹고 있는 일본인들(40대에서 남성 41.4% 여성 25.7%, 50대에서 남성 55.1% 여성 47.6)보다 혈압이 높은 사람 수가 많았다.가와사키 교수는 이 같은 역학 조사 결과를 혈압을 낮추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수용성 물질인 루틴이 많이 들어 있는 메밀을 먹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타칼리족의 식습관 조사에선 의외로 염분을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칼리족은 야크 젖으로 만든 버터와 암염을 넣어 녹인 짠맛이 나는 홍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어서 염분 섭취량(하루 13∼15g)이 많은 데도 혈압이 높지 않은 것은 메밀에 루틴 성분 말고도 염분의 배설을 돕는 칼륨이 들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가와사키 교수는 생각하고 있다.

일본 후쿠이의과대학(福井科大)의 구사카 유키노리 교수는 메밀국수 등 전통식을 많이 먹고 있는 일본 후쿠이현의 해안과 산간 지방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은 데 착안, 메밀 등 전통 식품의 암 억제 효과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메밀가루엔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인 데옥시리보핵산(DNA)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막는 `항변이원성´이란 작용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포가 암으로 되는 것은 DNA가 손상을 입는 것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사카 교수는 메밀의 이 항변이원성 작용이 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