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전쟁(2) 설날 아침의 악몽! 베트남전쟁 구정대공세

  • 사회/교육
  • 국방/안보

설날전쟁(2) 설날 아침의 악몽! 베트남전쟁 구정대공세

  • 승인 2024-02-10 09:27
  • 수정 2024-02-21 17:53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202208000141-M60 기관총을 쏘는 한국군)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적진을 향해 M60 기관총을 쏘고 있다. (출처:전쟁기념관 아카이브 임일수 기증사진)
구정(舊正, 음력설)은 한민족의 전통적인 명절로, 음력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은 추석 연휴와 함께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구정이 명절인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주로 중화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이다. 설날에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는 풍경은 형식만 조금 다를 뿐 대부분 비슷하다. 그런데 이들 나라 중 구정 설을 민족끼리 피를 흘리며 악몽 속에서 보낸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전쟁
베트남전쟁 헬기 작전을 수행하는 청룡부대(출처:전쟁기념간 아카이브 임익수 기증사진)
1968년 1월 30일 베트남전쟁 중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진 구정 공세는 베트남 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다. 베트남의 구정 설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구정 명절은 전쟁을 잠시 멈추고 휴전을 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었다. 남과 북베트남의 군인들을 물론 일반 시민들도 구정 설에는 일상에서 벗어나 연휴를 즐겼다. 1968년 1월 말의 베트남의 거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넘쳐났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쟁의 당사자였던 베트남 전선의 지휘관이나 미군 수뇌부 그리고 함께 참전했던 한국군도 모처럼 돌아온 설 명절에 들떠 있었다.

202208000204-사이공 시내 (2-1)
베트남전쟁 당시 사이공(호치민) 시내 (출처:전쟁기념관 아카이브 임일수 기증 사진)
당시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의 거리에는 유독 관을 든 장례식 행렬이 줄을 이었다. 평소에는 검문이 이뤄졌지만, 명절 분위기 탓에 그냥 흘려보냈다. 관속에 무기가 실려 있고 장례 행렬에 위장한 베트남 인민해방전선의 게릴라 즉 베트콩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인지하지 못했다.

구정 당일인 1월 30일 새벽 사이공을 비롯해 남베트남 41개 주요 도시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구정 공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수일 전부터 치밀한 작전 속에 잠입해 있던 베트콩은 남베트남 주요 시설들을 공격하며 장악해 나갔다. 평온했던 설날 아침이 악몽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베트콩들은 빠르게 남베트남의 주요 시설들을 장악했다. 사이공의 미 대관도 로켓포 공격을 받는 등 기습을 당했다. 세계 최강 미국의 대사관이 공격받았다. 다행히 미군의 신속한 대처로 점령은 면했지만,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던 미군의 자존심은 크게 훼손됐다. 구정 공세는 이후 수개월 간 크고 작은 게릴라전과 국지전으로 이어졌고 당해 9월이 돼서야 완전 진압됐다.



미군과 함께 전선을 지키고 있던 한국군도 초반 기습에 잠시 당황했으나 경계를 늦추지 않은 탓에 한 한곳의 진지도 내주지 않고 지켜냈다. 반면 미군은 구정공세를 계기로 자국 내 반전 여론을 불러왔고 이후 미국의 정치 주도 세력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공세를 주도했던 베트콩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지만, 훗날 북베트남의 베트남전 승리를 끌어내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피로 물들였던 구정공세의 결과는 참혹했다. 남베트남을 비롯한 미군 등 연합군은 전사 1만 8,324명, 부상 3만 5,212명의 피해를 입었고 북베트남은 전사 4만 5,267명, 부상 6만 1,267 명의 피해를 입었다. 전 세계 유례 없는 구정 설날에 벌어진 참혹한 전투는 민족 말살에 가까운 큰 아픔은 5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