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킴바이 아쌤(32.카자흐스탄)씨가 자녀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하는 모습. |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들이 다소 쓸쓸해 보일 순 있으나 그들이 지내온 설은 자국의 명절 분위기와 다른 바 없는 즐거운 시간일 뿐이다. 형식이나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무탈한 새해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온 지 벌써 8년이 지난 아킴바이 아쌤(32·카자흐스탄)씨는 벌써 설 연휴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다.
처음 아킴바이 아쌤씨가 접한 설의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시댁이 있는 충남 공주를 방문해 느낀 설 명절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잡채나 전, 갈비 등 처음 보는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당혹스럽긴 했지만, 한국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요리 시간은 정겨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킴바이 아쌤씨는 "처음에 명절 음식을 만들 땐 아무것도 모르고 우왕좌왕했는데, 이제는 잡채 전문가가 됐다"라며 "시누이들과 요리를 하며 수다를 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고향에 있는 가족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아직도 그 날의 감정을 잊을 수 없다"고 그 날을 회상했다.
올해로 여덟 번째 설 명절을 맞는 아킴바이 아쌤씨에게 설 명절은 이질감이 없다. 카자흐스탄의 가장 큰 명절 '나우르즈'와 '설'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아킴바이 아쌤씨의 설 명절. |
한국 설날과 같은 명절인 '나우르즈', 풍습의 명칭이 다를 뿐 행복을 빌고 새해를 준비한다는 건 다르지 않다.
'손님이 오면 복이 온다'는 속담대로 손님을 맞는 걸 즐거워하며 복된 일이라 생각하는 카자흐스탄의 명절처럼 한국 역시 지인들과 처음 보는 이들과도 함께 모이는 명절 분위기는 똑 닮았다.
그렇다 보니 설 명절을 보면 고향의 명절이 저절로 투영돼 그리운 마음이 자리 잡기도 한다.
그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명절은 닮은 게 참 많다. 바쁜 일상 탓에 자주 보지 못한 가족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라며 "시댁에 모인 가족들의 웃는 얼굴을 보다 보면 고향에 있는 이들이 떠올라 설 명절은 즐거움 속에 그리움이 담긴 날이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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