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은 헌법적 근거(제79조 1항)가 있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형평에 어긋날 땐 비판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청와대를 거쳐간 전직 주요 공직자와 여야 정치인 등 사면 대상자 면면을 보면 서운함이 앞선다. 대전시민의 초미의 관심사여서만은 아니다. 정치인 사면 최소화라는 원칙을 떠나 국민적 공감대나 대통합이란 내용 면에서 잘못된 원칙 적용이 아닌가 싶어서다.
잘 알려진 대로 권 전 시장은 2017년부터 10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돼 정치적 행보가 중단된 상태다. 지역에서는 포럼 활동을 위한 특별회비로 인해 정치자금법 위반 족쇄가 채워진 권 시장의 명예회복을 바라는 정서가 적지 않다. 형 확정 잉크가 마르기 전에 복권됐던 전직 서울 구청장 등의 전례와 견주며 박탈감마저 갖는다. 정치 행보 재개 여부야 어떻든 권 전 시장에 대한 사면은 정당성을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쉽다.
대전 중구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권 전 시장에 대해서는 정파를 떠나 사면을 바랐다. 그만큼 갈등 극복과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에 잘 어울리는 경우였다. 사면과 복권이 여야의 내부 경선 판도를 바꾼다 할 만큼 표심에 영향력과 지분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영·호남 전직 시·도지사들이 줄줄이 명예회복의 길을 열었으나 또 '불발'이다. 역차별 논란이 일면서 사면의 정치적 통합 기능을 떨어뜨린 결과가 됐다. 민선 6기 대전시정을 이끈 권 전 시장의 설 특사 누락은 명분도, 실리도 잃고 사면의 원칙과 기준을 의심하게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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