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역시 어려운 경기 상황을 반영해 실속 있는 상품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명절 하면 떠오르는 사과와 배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렴한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기 호황 당시 인기를 끌었던 한우와 갈비, 굴비 등 고급 먹거리 선물세트 역시 중상층 이상의 소비자들의 꾸준히 찾고 있다. 이에 1980년대부터 코로나19로 비대면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한 2020년, 어려운 경기 상황에 소비 양극화가 한창인 현재까지 선물세트 변천사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1950년대부터 60년대는 한국전쟁 직후 물자가 부족해 각 가정에서 기르고 수확한 쌀과 계란 등을 선물하는 게 전통으로 여겨졌다.
당시엔 명절 선물이란 단어도 생소했다. 이후 경제성장이 호황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명절 선물도 고급화로 이어졌다. 직장 상사나 고마운 사람, 은인 등에게 고기 등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한우와 갈비, 굴비 등 고급 먹거리 선물세트가 인기를 끈 것도 이때부터다. 백화점 등에서도 일반 정육점과 차별을 둔 고급 한우와 과일, 정육, 버섯 등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를 끈 세트는 참치캔과 햄 선물세트 등이다. 또 넥타이와 스카프, 지갑, 허리띠 등 실생활에 필요한 선물도 각광 받았다.
회사에서 받아온 명절 선물을 집으로 가져가는 풍경을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로는 영지버섯과 꿀 등 건강에 초점을 맞춘 명절 선물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고급선물로 통하기도 했다.
1990년대는 IMF 이후와 전으로 갈린다. IMF 이전까진 백화점 상품권 등으로 고마운 이들에게 마음을 전달했다. 현금처럼 쓰이는 상품권이 발행되면서 받는 이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경기 호황 시절인 덕에 골프채와 헬스 기구 등 스포츠 레저상품도 등장했으며, 자연산 송이버섯, 전복 등 지역만의 고급화된 특색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1997년도 IMF가 터지면서 샴푸나 비누세트, 식용유 등 중저가 생필품이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빈손으로 고향에 갈 수 없었던 이들이 저렴하게나마 양손을 채울 수 있었던 상품이다. 샴푸나 비누세트, 식용유와 참치캔 등으로 구성된 1~2만 원대의 저렴한 선물이 어려운 이들의 마음을 치유했다.
당시 어려운 경기에도 백화점 등에선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양주 등을 판매하면서 설 명절 선물 양극화라는 단어가 처음 탄생했다.
2000년대 이후엔 웰빙이 각광 받는다. 친환경, 유기농이란 단어가 명절 선물에 빠지지 않기 시작한다. 홍삼과 올리브유, 유기농 제품 등 소비자들이 알법한 건강기능식품의 인기가 급증한다.
여기에 1인 가구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간소한 명절 선물도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소포장 선물이나 간편하게 차례를 지낼 수 있는 밀키트도 선물 구성 세트에 포함됐다. 2000년대에도 생필품의 인기는 여전했다.
한 번 선물하면 오래 사용하는 생필품의 특성상 선물한 이들의 마음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기프티콘의 유행도 이끌었다. 직접 선물을 주기보다는 사용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주소로 배송할 수 있도록 e-쿠폰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해갔다.
2015년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5만 원 이하 선물 세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명확히 선물 금액을 맞추기 위해 기존 선물세트에서 몇 가지 구성을 빼거나 추가하는 등 김영란법 선물세트가 유통업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가 우후죽순 확산하던 2020년 초부터는 비대면 선물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선물을 배송시키는 비대면 배송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 마스크를 세트로 선물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으며, 손 소독제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면역력을 키워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풍습도 늘어나며 홍삼 등 건강을 겨냥한 상품들도 줄을 이었다.
▲2024년 설 명절은 양극화 '뚜렷'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현재는 몇 천원으로 가볍게 선물할 수 있는 양말부터 수 십만 원을 호가하는 한우, 수 백만 원에 이르는 양주까지 선물이 다양화되고 있다.
젊은 층은 서로에게 감사의 의미를 전하며 IMF를 겪었던 당시처럼 실속 있는 선물을 하기도 하며, 마음의 양식을 채우기 위한 책을 선물하는 등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커피 기프티콘 선물부터 향수까지 e-쿠폰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한켠에선 수 십만 원부터 수 백만 원에 달하는 선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백화점과 유통업체 등은 한우와 갈비, 굴비 등을 내놓고, 수 백만 원을 호가하는 양주도 설 선물 책자에 담아내기도 했다. 편의점은 저렴한 위스키부터 시작해 골드바 등도 판매하며 여러 소비자를 겨냥하기도 했다.
올해 설은 사과와 배 등 과일류를 선물하기가 어려워진 명절이기도 하다. 사과와 배 등이 한파와 기온 이상으로 기상 여건이 악화되고, 병충해의 영향을 받으며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철 과일은 딸기도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며 가격이 크게 올랐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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