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설] 명절선물 어디까지 해봤니?... 양말부터 한우까지 시대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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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설] 명절선물 어디까지 해봤니?... 양말부터 한우까지 시대변천사

  • 승인 2024-02-08 11:00
  • 신문게재 2024-02-08 3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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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양말과 통조림 세트 등 복고형 저가 상품이 재조명 받고 있다. 당시 IMF(국제통화기금)가 터지면서 어려운 주머니 형편에 고가의 상품보다는 실속 있는 선물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설 역시 어려운 경기 상황을 반영해 실속 있는 상품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명절 하면 떠오르는 사과와 배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렴한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기 호황 당시 인기를 끌었던 한우와 갈비, 굴비 등 고급 먹거리 선물세트 역시 중상층 이상의 소비자들의 꾸준히 찾고 있다. 이에 1980년대부터 코로나19로 비대면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한 2020년, 어려운 경기 상황에 소비 양극화가 한창인 현재까지 선물세트 변천사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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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본격적인 고급 선물 세트 시작



1950년대부터 60년대는 한국전쟁 직후 물자가 부족해 각 가정에서 기르고 수확한 쌀과 계란 등을 선물하는 게 전통으로 여겨졌다.

당시엔 명절 선물이란 단어도 생소했다. 이후 경제성장이 호황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명절 선물도 고급화로 이어졌다. 직장 상사나 고마운 사람, 은인 등에게 고기 등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한우와 갈비, 굴비 등 고급 먹거리 선물세트가 인기를 끈 것도 이때부터다. 백화점 등에서도 일반 정육점과 차별을 둔 고급 한우와 과일, 정육, 버섯 등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를 끈 세트는 참치캔과 햄 선물세트 등이다. 또 넥타이와 스카프, 지갑, 허리띠 등 실생활에 필요한 선물도 각광 받았다.

회사에서 받아온 명절 선물을 집으로 가져가는 풍경을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로는 영지버섯과 꿀 등 건강에 초점을 맞춘 명절 선물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고급선물로 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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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어려울 땐 실속 선물 인기

1990년대는 IMF 이후와 전으로 갈린다. IMF 이전까진 백화점 상품권 등으로 고마운 이들에게 마음을 전달했다. 현금처럼 쓰이는 상품권이 발행되면서 받는 이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경기 호황 시절인 덕에 골프채와 헬스 기구 등 스포츠 레저상품도 등장했으며, 자연산 송이버섯, 전복 등 지역만의 고급화된 특색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1997년도 IMF가 터지면서 샴푸나 비누세트, 식용유 등 중저가 생필품이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빈손으로 고향에 갈 수 없었던 이들이 저렴하게나마 양손을 채울 수 있었던 상품이다. 샴푸나 비누세트, 식용유와 참치캔 등으로 구성된 1~2만 원대의 저렴한 선물이 어려운 이들의 마음을 치유했다.

당시 어려운 경기에도 백화점 등에선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양주 등을 판매하면서 설 명절 선물 양극화라는 단어가 처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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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설 선물은 '웰빙'

2000년대 이후엔 웰빙이 각광 받는다. 친환경, 유기농이란 단어가 명절 선물에 빠지지 않기 시작한다. 홍삼과 올리브유, 유기농 제품 등 소비자들이 알법한 건강기능식품의 인기가 급증한다.

여기에 1인 가구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간소한 명절 선물도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소포장 선물이나 간편하게 차례를 지낼 수 있는 밀키트도 선물 구성 세트에 포함됐다. 2000년대에도 생필품의 인기는 여전했다.

한 번 선물하면 오래 사용하는 생필품의 특성상 선물한 이들의 마음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기프티콘의 유행도 이끌었다. 직접 선물을 주기보다는 사용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주소로 배송할 수 있도록 e-쿠폰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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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선물 '변천사'

2015년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5만 원 이하 선물 세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명확히 선물 금액을 맞추기 위해 기존 선물세트에서 몇 가지 구성을 빼거나 추가하는 등 김영란법 선물세트가 유통업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가 우후죽순 확산하던 2020년 초부터는 비대면 선물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선물을 배송시키는 비대면 배송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 마스크를 세트로 선물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으며, 손 소독제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면역력을 키워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풍습도 늘어나며 홍삼 등 건강을 겨냥한 상품들도 줄을 이었다.

▲2024년 설 명절은 양극화 '뚜렷'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현재는 몇 천원으로 가볍게 선물할 수 있는 양말부터 수 십만 원을 호가하는 한우, 수 백만 원에 이르는 양주까지 선물이 다양화되고 있다.

젊은 층은 서로에게 감사의 의미를 전하며 IMF를 겪었던 당시처럼 실속 있는 선물을 하기도 하며, 마음의 양식을 채우기 위한 책을 선물하는 등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커피 기프티콘 선물부터 향수까지 e-쿠폰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한켠에선 수 십만 원부터 수 백만 원에 달하는 선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백화점과 유통업체 등은 한우와 갈비, 굴비 등을 내놓고, 수 백만 원을 호가하는 양주도 설 선물 책자에 담아내기도 했다. 편의점은 저렴한 위스키부터 시작해 골드바 등도 판매하며 여러 소비자를 겨냥하기도 했다.

올해 설은 사과와 배 등 과일류를 선물하기가 어려워진 명절이기도 하다. 사과와 배 등이 한파와 기온 이상으로 기상 여건이 악화되고, 병충해의 영향을 받으며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철 과일은 딸기도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며 가격이 크게 올랐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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