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도의회 '학생인권조례 존치' 안팎

충남도의회가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한 재의 표결을 통해 조례 존치를 확정하면서 이런저런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다수당인 국민의힘 주도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충남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했고, 도의회는 2일 토론과 무기명 투표 끝에 폐지안을 부결시켰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조례안 폐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충남도의회 전체 의원은 47명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이 34명, 민주당 12명, 무소속 1명으로 국민의힘 의원이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발의부터 주도해 왔고, 민주당은 폐지에 반대해 왔다. 조례 폐지안이 부결된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얘기다. 충남도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탈표가 나온 데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7개 시·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었던 것은 지난해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등 참담한 교권침해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다.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진보교육감들이 주도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등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립 사안으로 번졌다. 서울시의회도 주민 청구로 발의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법원이 최근 전교조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교권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관계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 법원이 "학생인권조례는 헌법이 인정하는 학생의 권리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생인권조례에 교권침해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 있으면 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진영논리로 인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공방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