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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지역 경제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사업주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를 통해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하는 게 골자다. 2년 전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한 후 최근 5인 이상 50인 미만까지 확대되면서 동네 음식점, 제과점 등 전국 83만여 개의 사업장 등이 대상이 됐다.
중처법 확대 이후 나흘 만에 부산에서 중대재해 첫 사례가 발생했고, 강원, 경기도 등 국내 중소사업장에서도 연이어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지역 중소기업들은 긴장감이 고조되며 사업주 처벌 수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중처법은 우선 사업주가 안전관리에 소홀했을 때 받는 처벌인데, (사업주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면서 "실제 산업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지역 내 중소기업 대표들은 처벌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중처법이 사업주를 예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전·충남 제조·건설사업장 3곳을 운영 중인 박승호 레츠종합건설 대표는 "27년간 큰 사고 없이 기업을 이끌어 왔지만, 언젠가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커다란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중처법으로 인한 부담에) 앞으로 위험한 공사는 가급적으로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 현재 중처법은 이름 그대로 산재 예방보다는 사업주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이 법은, 자녀가 공부를 못하면 벌을 주고 혼낸다고 성적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주거나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계는 중처법에 따른 경영 위축이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 부작용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는 결국 국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고,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처벌이 아닌 재해 예방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고도 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제라도 사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선 큰돈을 들여서라도 자동화 설비를 갖춰야 할 것 같다"면서 "정부가 기업에 일자리를 창출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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