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매사냥, 심사정 그림 <호취박토도(豪鷲搏兎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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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매사냥, 심사정 그림 <호취박토도(豪鷲搏兎圖)>

  • 승인 2024-02-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가까이서 보기 쉽지 않거나 보지 않았지만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매도 그 중 하나이다. 야생 조류 및 작은 짐승은 말할 것도 없고 가축도 채간다고 했다. 놀림이 섞인 말이었겠으나, 심지어 어린 아이도 채간다고 들었다. 따라서 날개 짓 멈춘 채 멀리 공중에서 맴도는 범상치 않은 모습만 보아도, 몹시 두려워 재빨리 도망치기도 했다. 공중을 맴돈다고 다 매는 아니련만 막연히 무서웠던 것이다.

당숙 한 분이 매를 잡아다 키웠는데, 그때 비로소 매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트인 곳을 그물망으로 가로막은 헛간에 키웠다. 날카로운 눈빛과 굽은 부리가 인상적이었다.

매는 새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때문에 사냥에 이용하였다. 매사냥은 4천년 이상 지속되었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그 전통이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애초 식량을 얻기 위한 방법이었으나 오늘날 골프와 유사한 사교적 여가 활동, 자연 친화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무엇이고 과정이 필요하듯 사냥하기 위해선 매 다루는 방법을 연마해야 한다. 훌륭한 매꾼이 되려면 매 마음을 읽는 것과 신뢰감 형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유대감이 강해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한다.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철칙이란다. 매사냥은 대전 무형문화재 제8호(보유자 박용순)이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11개국 공동으로 2010년 등재되었다. 이참에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남도민요 <남원산성>은 중중모리장단이다. <둥가타령>이라고도 한다. <남한산성>이란 주장도 있으나 육자배기 토리여서 '남원산성'이 맞을 듯하다. 갑자기 들먹이는 것은 노래 가사에 다양한 매 이름이 나오기 때문이다.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 수지니(1), 날지니(2), 해동청(3), 보라매(4), 떴다 봐라 저 종달새 / 석양은 늘어져 갈매기 울고 능수 버들가지 휘늘어진듸 / 꾀꼬리난 짝을 지어 이 산으로 가면 꾀꼬리 수리루 / 응응 어허야 / 에헤야 듸야 어루 둥가 허허 둥가 둥가 내 사랑이로구나"



1 ~ 4가 그것인데, (1) 수지니는 사냥에 쓰려고 길들인 오래된 매나 새매, (2) 날지니는 길들이지 않은 매, (3) 해동청은 송골매라고도 하는데, 재주가 가장 뛰어나다, (4) 보라매는 난 지 한해가 채 못 된 새끼를 잡아 길들여서 사냥에 쓰는 매이다. 이 외에도 아주 어린 새끼매는 초고리라 부르며, 나이에 따라 육지니(1살 이하), 초지니(2살), 재지니(3살)라 부르기도 한다.

노래뿐 아니라 우리 말속에 매가 많이 등장한다. '시치미 떼다'는 나쁜 짓 하고 모르는체하는 것이다. 시치미는 사냥매 꼬리에 방울과 함께 달아놓는 이름표이다. 소유자와 위치파악에 필요하다. 그를 뗀다면 소유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곧 도둑질하고 모른 체 한다는 것이다. '옹고집'이란 말도 매에서 나왔다. 매가 고집이 센 탓에 원래 매'응(鷹)'자 응고집에서 유래했다 한다. '매몰차다' 또는 '매섭다'는 매가 사냥할 때 인정사정 봐주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바람맞다'는 매가 사냥에 실패한 것에 붙여졌다. 보기 어려운 것과 달리 우리 삶속에 매우 친숙했다는 사례다.

매 사랑은 화가도 다르지 않아 <맹응도>를 비롯하여 많은 그림이 전한다. 하지만 사냥 현장을 그린 것은 드물다. 매사냥 현장을 그린 그림 하나 살펴보자.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 1707 ~ 176, 조선 화가)의 <호취박토도(1768 조선, 종이에 담채, 115 × 53.6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다. 관지에 의하면 1768년 명나라 화가 임량(林良:약1416-1480)의 작품을 참작하였다고 한다. 임량의 <추응도>는 매가 작은 새를 쫓는 모습이다. 참고하였을 법한 임랑의 작품은 찾지 못했다. 왜 화제로 수리'취'자를 썼는지 모르지만 매로 본다. 세련되고 능숙한 필치와 묵법이 돋보인다.

순간 포착이 어려울 터인데 제법 생생한 현장 모습이다. 화면 가운데에 매가 토끼를 움켜쥐고 매섭게 내려다본다. 눈빛만으로도 절로 숨통이 끊길 듯하다. 몸부림치는 토끼가 애처롭다. 그 뒤로 핏자국인양 붉은 열매가 군데군데 보인다. 여유롭게 굽은 소나무 아래위로 갑작스런 상황에 논란 까지 한 쌍이 부산하다. 저 멀리 폭포가 보이는 바위 하래서 까투리는 현장을 무심히 올려다보고, 장끼는 일없다는 듯 먹이를 쪼고 있다. 다음 차례에 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우리의 삶은 동물세계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살생 본능이 앞서서야 되겠는가?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무참히 짓밟고 살육해서야 될 일인가? 우선 살아있다고 참혹한 세상을 무심히 바라만 보는 것이 대수인가? 제 할일만 한다고 다인가?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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