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 버려진 100년 전 사방공사 표시석…"사료이자 기록, 쓰임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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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 버려진 100년 전 사방공사 표시석…"사료이자 기록, 쓰임새 찾아야"

대전 중구 석교동 공터에 1927년 사방공사비
행정복지센터까지 옮겨가 관리 눈길 없이 방치
수해방지 및 수원확보 차원이자 옛지명 파악도

  • 승인 2024-02-01 17:40
  • 수정 2024-02-04 09:22
  • 신문게재 2024-02-02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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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석교동 한 주차장에 방치된 1927년 사방공사 표시석. 바로 옆 행정복지센터까지 이전해 관리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일제강점기 대전에서 이뤄진 사방(沙防) 공사를 기록한 3m 길이의 표시석이 중구 석교동 주차장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재해를 예방하고 용수 공급을 원활히 하려 산에 나무를 심는 대대적 공사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료이나 쓰임새를 찾지 못해 주차장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1일 대전 중구 석교동의 옛 행정복지센터 옆 공터에서 3m 길이의 사방공사 표시석이 발견됐다. 사방공사는 산이나 강, 바닷가에서 흙, 모래가 비나 바람에 씻겨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를 심고 정비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금도 산사태가 우려되는 골짜기에 작은 시멘트 담을 세우는데 사방댐이라고 부른다. 옛 석교동주민센터 옆 주차장에서 발견된 표시석은 공터 구석에 누운 채 방치되고 있으나, 당초 보문산 어느 지점에 세워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표시석은 '1927년(소화2년)도 사방공사 시행지'라고 쓰여 있고, 다른 면에는 '대전군 외남면 호동 석교리'라고 표시되어 있다. 냇가에서 보았음직 한 고운 자갈과 철심을 넣어 단단하게 만든 시멘트 조형물은 부딪히거나 일부 깨진 곳은 있으나 100여 년의 세월을 고려하면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해당 표시석은 과거 이곳에서 자동차수리점과 타이어 가게가 운영될 때 타이어 진열장의 받침으로 쓰이다가 업소가 폐업된 이후 수년 째 비석만 남아 있다는 것이 주변 주민들의 증언이다. 얼마 전까지 석교동행정복지센터가 바로 옆에서 운영되면서 관리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두 달 전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빈 건물로 남게 되면서 버려지다시피 덩그러니 남았다. 이 같은 표시석이 보문산에 100여 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경우도 있다. 부사동 부사칠석놀이보존회관 뒷편 보문산에 똑같은 모양의 사방공사 표지석이 땅에 박힌 채 세워져 있는데 1926년(대정15년)에 세웠음을 기록하고 대전군 외남면 부사리 석교리라는 마을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1923년 9월 발행된 매일신보에 관련 보도가 있는데 '대전군의 사방공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전천 방향의 산이 헐벗어 수원병용림으로 착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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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일원에서 발견된 사방공사 표시석 모습. 사진 왼쪽부터 보문산 무수동, 이사동, 부사동에 세워진 표시석.    (사진=이주진 이사 제공, 임병안 기자)
석교동 공터에 방치된 것을 비롯해 ▲무수동 ▲부사동 ▲이사동 ▲대덕구 석봉동 ▲신탄진 등 총 6개가 발견됐다.

이주진 문화유산 울림 이사는 "일제강점기 우리지역 지명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이자 지역에서 이뤄진 일을 새긴 기록인데 주민센터마저 떠난 공터에 방치해선 안 된다"라며 "적정한 장소에 세워 시민들이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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