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만큼 부정 개표 논란이 일었던 적도 없다. 일부 단체가 기표되지 않은 사전투표용지를 무더기로 찾았다며 부정 개표 의혹을 제기했고, 선관위 조사를 통해 해당 투표용지들은 경기 구리시 선관위가 분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치러지는 총선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말 개표 과정에 수작업을 추가하는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의구심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정원은 지난해 선관위 전산망 침투를 시도한 결과 투·개표 관리 시스템이 언제든 뚫을 수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관인 날인 파일을 도용해 사전투표용지를 무단 인쇄할 수 있고, 유령 유권자의 선거인명부 등록뿐 아니라 사전투표 여부도 조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국정원의 결론이다. 현재 사전투표는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일일이 직접 도장을 찍는 대신 관인이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를 나눠 주는 방식이다.
공직선거법은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선거인에게 교부하게 돼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관리규칙과 대법원 판례를 들어 관인 인쇄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부정 개표 의혹이 이번 총선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투표용지 수검표 제도를 도입한 마당에 사전투표관리관이 현장에서 투표용지에 날인하는 쉬운 방법을 피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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