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
존 스노우가 지도위에 사망환자가 살던 집을 표시하면서 주목할 만한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 사망자는 브로드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분포해있었다. 한층 더 나가서 브로드 스트리트에는 당시 먹을 물을 공급하던 공용 물펌프가 있었다. 당시 런던은 하수시설이 열악했고, 상수도 시설도 우물이나 공용펌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존 스노우는 사망자의 분포가 공용 물펌프를 중심으로 된 것에 주목하여 시 당국에 브로드 스트리트의 공용 물펌프의 물긷는 손잡이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콜레라의 전염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
미아즈마에 의해 전염병이 전파된다는 것을 믿던 시대에 물을 통제함으로써 전염을 막을 수 있었던 사실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지금이야 질병의 원인이 세균이나 바이러스라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 정도로 일반화됐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주요 질병의 원인이 발견되고 의학계의 인정을 받은 것이 1900년대 초반이니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포였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호열자 또는 괴질이라는 이름으로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대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게 되니 치료와 예방은 매우 어려웠던 것이다. 1854년에 콜레라균을 발견했으나 이를 질병의 원인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후 로베르트 코흐가 탄저병(1877), 콜레라(1885) 및 결핵균(1882)을 구체적으로 질병과 연계한 업적으로 190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100년이 넘게 지난 이 시대는 어떤가? 2020년 새해 초부터 전 세계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는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팬데믹이 시작되던 시점에 우리는 주변의 학교나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고 두려움에 떨면서 외출도 삼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마스크는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었다. 무척 오래된 것처럼 느끼지만 불과 2~3년 전의 일이다. 당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가끔 길을 지나다 보면 철거된 코로나 19 선별진료소의 팻말이나 천막이 눈에 띈다. 무거운 마음으로 PCR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으면 세상 근심을 다 짊어진 것 같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공중위생의 개선으로 전염병이 줄어들고 예방도 성공적으로 했던 시대에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앞서 코흐는 주요 병원균을 규명함으로써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고 그로부터 120여년이 지난 지금은 mRNA백신를 성공적으로 제작한 커털린 커리코, 드루 와이스먼 박사가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인류의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의 싸움에 큰 힘을 주었다. 인류가 지나온 역사를 뒤돌아보면 수많은 질병과 함께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불과 2~3년 전의 코로나 팬데믹 시절의 우리의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지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고비를 넘기고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우리들에게도 브로드 스트리트의 물펌프 같은 것이 하나쯤은 남아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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