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당 현수막 관리, 개정법 잘 따라야 한다

2022년 12월 10일 옥외광고물법 개정·시행 이후 절차와 개수, 장소의 제약을 사실상 받지 않아 무제한적인 현수막 정치 시대를 여는 듯했다. 그 끝은 마치 무법천지를 방불하는 입법 부작용이었다. 올해 1월 12일부터 새로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돼 있지만 25개월간의 관성은 그대로다. 개정법대로 관리하거나 수거하는 행정력이 아직 잘 미치지 않는다.

특히 4·10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 등의 현수막이 앞다퉈 걸렸다. 법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2월 한 달간 광역·기초자치단체와 읍·면·동의 일제 점검과 단속 성적이 이 법의 가늠자가 될 듯싶다. 개수 제한 초과, 교차로와 소방시설 주변 설치, 도로 횡단 등 세부적인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계도가 부족한 면이 있다. 정당과 지자체 간 협력도 덜 순조롭다. 교통 불편, 쾌적한 보행환경과 미관 저해, 안전 위협 어느 면에서나 법이나 규제의 완벽한 적용이 아쉽다. 정치 피로감을 더하는 비방과 자극적인 문구도 자제해야 한다.

이 지경으로 불법 현수막이 판치는 이유는 이전 옥외광고물법이 관리보다는 옥외광고 산업 진흥 쪽에 비중을 둬서가 아닌가도 싶다.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현수막 정비에 나서려 해도 상위법에 위반된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는 일마저 있었다. 현수막 공해 차단을 위한 일제 정비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만큼 겪고도 20일 된 새 법의 실효성에 벌써 의문이 제기된다면 안 될 말이다. 단속 이전에 정당과 각 정치인의 의지 부족 탓이 크다.

보름간의 계도기간은 끝났다. 각 정당이 협조 공문을 받은 지금까지 옥외광고물법을 숙지하지 못해 지키지 않은 경우는 별로 없다고 본다. 미래의 정치 입지자까지 총동원되는 설 명절 인사 현수막 난립도 막아야 한다. 자율 준수와 법령 위반에 대한 단속 강화, 둘 중 택하는 수밖에 없다. 표시 기간이 경과하면 자진 철거하고 그렇지 않을 땐 해당 지자체에서 신속히 강제 철거해야 한다. 개정법에 따른 조기 정착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