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문한 미등록경로당 17통 노인경로회관 외관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30일 오후 1시 30분께 이곳을 직접 방문해보니, 부엌과 함께 건물 한쪽에는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방이 있었지만 대여섯 명이 쓰기에도 좁아 보였다. 이 불법건축물은 경로당으로 사용된 지 30년 이상 됐다. 노인회관이 없어 당시 통장이 돈을 모아 이곳을 경로당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주변에 등록 경로당이 있긴 하지만, 걸어가기 먼 거리이다 보니 여전히 이곳을 사용 중이었다.
미등록 경로당이기 때문에, 전기세·수도세 등 운영비는 사비로 감당하고 있었다. 소방서에서 설치한 소화기들이 있었지만, 임시로 지은 건물이라 화재사고에 취약해 보였다. 건물 주변에 방범용 CCTV가 있으나, 도어락이 설치되지 않은 오래된 미닫이문에 안전도 우려될 정도였다.
그나마 이곳은 최근에 어려운 사정이 알려져 지자체와 봉사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등록경로당이다 보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쌀과 연탄이 전부고 정기적인 지원도 아니다.
미등록경로당 17통 노인경로회관 내부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미등록 경로당은 노인들이 이용하지만, 정식 경로당으로 허가를 받지 못한 곳이다. 법적으로 경로당으로 등록되려면, 거실 면적 20㎡ 이상에 이용 인원도 20명 이상이 돼야 하는 등 조건들이 있다. 경로당 등록이 되면, 지자체에서 운영비는 물론 부식비, 급식 인력 등을 지원해준다. 허가받지 못한 미등록 경로당은 이런 공공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미등록경로당에도 냉난방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안전 문제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확대도 필요한 실정이다. 미등록경로당 중에는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건축물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서구에 있는 미등록경로당 8곳은 모두 무허가 불법건축물로 파악됐다. 불법건축물이다 보니 구에서는 리모델링 등 시설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80~90대 노인들이 이용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부식비, 급식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구 가수원동의 미등록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 A 씨는 "나이가 늘어 집에서 밥을 차려 먹는 것이 힘들어졌다"며 "주변 경로당은 급식이 지원되는 데 우리는 쌀밖에 지원이 안돼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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