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일을 저질렀다. 마을 입구 도로변에 있는 농지를 매입했다. 150평 규모로 소유 농지와 연결된다. 그린벨트라서 박물관 같은 건축물은 안되니 컨테이너 같은 가설재를 놓고 전시물을 옮겨볼 셈이다. 사랑채 어두운 외양간 벽에 걸어 놓은 글로벌 소품들을 빛을 보게 하는 의욕이다.
갑진년, 더 값지게 보내보려 다짐하고 매진하고 있다. 지난주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쳤다. 국가자격증이다. 주변의 외국인과 '다 같이 가치 있는 다문화 복지' 사회가 되도록 작은 역할이라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행정사 실무교육에 들어간다. 간판을 걸려면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현직에서의 경험을 살려 국제 업무 전문 행정사 영역을 개척해 볼 계획이다. 지난주 피부과를 찾아 검버섯을 없애는 얼굴 리모델링 공사를 단행했다.
책도 한 권 내 볼 생각이다. 라오스에 같이 다녀 온 지인의 출판사를 찾았다. 은퇴 후 내 삶의 방정식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 등 외국의 고령사회 복지 등을 주제로 한 책이다. 2년 전 내가 걸어 온 글로벌 삶에 대한 자서전 '뜻 위에 길을 만들다'를 출판한 바 있다. 용솟음치는 청룡의 해, 욕심이 과한지 모르겠다.
오늘까지의 인생은 봉사 활동이 거의 없었던 연속이었다. 뚜렷이 기억나는 것은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딸과 함께 가서 해변 바위의 기름을 닦았던 일이다. 이젠 무엇이든 봉사 정신에 기반한 활동을 해 나가고 싶다.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와 대전국제교류센터장, 건양대학교 대우교수와 국제교육원장을 거쳐 CGV 안내원과 공영주차장 관리원으로 일했다. 다시 건양역사관 관장, 건양교육재단 국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해가 되면 조금이라도 달라진 삶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가장 행복했던 때는 나비 넥타이 매고 영화관에 근무하며 보고 싶은 영화 맘껏 보았던 시절이었다.
8년 전 건양대학교에서 김형석 명예교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60~75세가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나이다' 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이제 나에게 '좋은 나이'의 시간도 길지 않다. 아직도 매일 출퇴근하고 있는 '불행'한 삶'이다. 주변에선 얼마나 좋으냐고들 말들 하지만 이젠 변화가 필요한 것 같은 느낌이 앞선다.
13년 전 오픈한 소품관은 은퇴 후 내 삶에서 효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외국의 민속 가면(마스크)과 공예 · 미술품, 부모님의 손때 묻은 농기구와 생활 도구 그리고 개인 기록물들이 빼곡하다. 전시물 중 백미는 단연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모시족(族) 가면이다. 묵직한 아프리카 흑단목에 조개와 구슬이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다.
서울올림픽이 한창이던 때 지방의 축제장에서 전통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광경을 본 추억이 있다. 아프리카 가면이 계기가 되어 30여 나라에서 온 지구촌 군상이 한자리에 모여 지내고 있다. 이제 소품관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분들이 찾는 플랫폼이다. 은퇴 후 내 삶의 다양한 네트워킹과 스토리텔링을 제공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청룡의 해 첫날 일출을 보러 고향 마을 흑석 산성 '고무래봉'에 올랐었다. 새 의지를 다지며 한 해를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날씨는 도와주지 않았다. 갑진년의 해는 오늘도 솟았다. 매일 새해를 맞는 기분으로 바꿔보는 삶을 위해 노력해 보자.
새해 갑진 한 해가 되도록 뛰어보고 싶다.
김현중 / 건양교육재단 국장
김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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