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태원참사특별법 대통령 거부권 요청… 유가족·야권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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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태원참사특별법 대통령 거부권 요청… 유가족·야권 거센 반발

한덕수 총리 30일 국무회의서 “명분도 실릭도 없다”며 재의요구안(거부권안) 의결
유가족과 시민단체 “우리를 죽여라” 반발하며 정부청사 진입 시도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최소한의 인간성과 도덕성도 없다” 비판

  • 승인 2024-01-30 11:35
  • 수정 2024-01-30 11:3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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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른바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을 요청하는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 유가족과 정치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명분도 실리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한다’며 특별법 불가 방침을 설명하자 야권은 ‘최소한의 인간성과 도덕성도 없이 비정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비판했다.

정부는 3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요청하는 재의(再議) 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며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로서는 이번 특별법안을 그대로 공포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과 피해자께서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재정적·심리적 지원을 확대하고 안타까운 희생을 예우하고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적극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으로 ‘10·29참사 피해지원 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내실있는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특별법은 1월 9일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월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윤 대통령은 2월 3일까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처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 재의요구권 행사로는 다섯 번째, 법안으로는 아홉 번째가 된다.특별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양당 합의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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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과 민주당 등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국무회의 개회 전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던 유가족들은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청사 진입을 시도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두 차례의 1만5900배 철야 행동과 집회, 오체투지, 기자회견 등 특별법 공포를 촉구해온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우리를 죽여라", "국회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줬나"는 등 큰 목소리로 항의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아내의 범죄 의혹을 덮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대통령이 참사의 진실마저 가로막는다면 최소한의 인간성과 도덕성도 없음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한파의 길 위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호소한 것은 오직 진실과 책임이다. 그 피맺힌 호소를 외면하고 돈으로 때우겠다는 천박한 인식에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을 편 가르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오직 정치적 유불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참 비정하다"고 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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