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23.세계적인 맛을 자랑하는 공주 알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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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23.세계적인 맛을 자랑하는 공주 알밤

  • 승인 2024-01-29 17:12
  • 수정 2024-02-20 14:10
  • 신문게재 2024-01-30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공주하면 밤[栗]을 연상하리만큼 가히 세계적인 밤 산지로 알려져 있다.

26일부터 28일까지 공주에서 '알밤축제'가 열려 이번 주 '맛있는 여행'은 알밤축제가 열리는 금강둔치를 다녀왔다.

필자는 18년 전 이미 미국 LA 한인 마트에서 '공주 밤'이라고 쓴 팻말과 함께 수북이 쌓여 있는 밤을 보고 타향에서는 고향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타국에서 공주의 밤을 대하니 감회가 새로워 밤 10kg을 사 며칠을 먹은 적이 있다.

그러나 공주를 비롯한 충남의 밤나무는 그 수십 배가 넘는 8만5900그루나 된다고 한다. 물론 세계적으로 밤 생산은 중국이 1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맛이야 공주 밤을 따라올 수가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밤의 주산지인 공주는 연간 1만440 톤으로 국내 생산의 14%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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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알 밤.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옛날 밤꽃의 냄새가 특정 냄새와 비슷하여 밤꽃을 피는 계절에는 여인들의 외출을 금지 시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초여름인 6월이 되면 차령터널을 지나자마자 포유류 수컷의 정액과 비슷한 밤꽃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차창 밖에는 푸른 산 밤꽃이 꽃차례를 축축 느려 트리며 피어 고향의 정취를 한껏 높여 준다.

1988년 경상남도 창원군 다호리에서 삼한시대 고분이 발굴되었는데, 이 고분은 기원전 1세기 (2100년 전)의 무덤으로 이 무덤에서 다량의 청동, 철기. 유물 통 나무관, 붓, 칠기 등이 출토되었다. 그중에서도 제기에 담긴 감 3개와 목관을 치하로 내리던 동아줄 주변에 뿌려진 밤 28개가 발견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오랜 전부터 제사나 장례식 등에 밤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무령왕릉(武零王陵)의 목관(木棺)도 밤나무[栗木]로 만든 것을 보면 온통 밤나무 꽃이 핀 공주의 밤나무 역사도 꽤 오래된 것 같다.

1530년(중종 25)에 왕명으로 편찬한 관찬(官撰)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과 1656년 유형원(柳馨遠, 1622~1673)이 편찬한 지리지『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제3권 공주목(公州牧)에 율사(栗寺), 동학사(東學寺), 상원암(上院菴) 모두 계룡산에 있다.『불교사전』

율사(栗寺)는 밤나무가 많은 절을 말한다.

그런데 '밤절'이라 부르는 율사(栗寺)는 계룡산 말고 연기군 금남면 영대리(현 세종시 금남면 영대리) 조선 초·중기 사찰 율사(栗寺) 폐사지(廢寺址)가 있는데, 1789년에서 1795년 사이에 제작된『輿地圖(여지도)』의 공주 지도를 보면 이곳의 지명(地名)이 공주 금남면 율사리(栗寺里)로 나온다.

회암정혜(晦庵定慧, 1685~1741)선사는 숙종 37년(1711)에 이곳 율사(栗寺)에서 첫 강석(講席)을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중기 인문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여지도서(輿地圖書)』등에 전해지고 있으며 창건 시기는 공주에 위치한 율사(栗寺)에 비단[絹] 20필(匹)을 시주했다는『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세조 14년편(1468년)5월 28일 기록 등을 토대로 15세기 이전으로 추정하며, 1845년 간행된『충청도읍지(忠淸道邑誌)』 등 기록을 볼 때 율사(栗寺)는 1800년대 이전 폐사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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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밤 굽기.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한편 이곳과 멀지 않은 곳에 김종서(金宗瑞1390~1453)의 묘소가 있는 충청남도 공주시 장기면 대교리 밤실과 의당면 율정리(栗亭里)가 있는데, 이 곳은 밤나무가 많이 있어 밤나무정이·밤나무골 또는 율정(栗亭)·율동(栗洞)이라 하였으며, 조선 말기 공주군 요당면(要堂面) 지역으로, 1914년 요당면 율동·월봉리(月峯里)·부평리(富坪里)·신리(新里)·양촌리(陽村里)·흥덕리(興德里)의 각 일부가 통합되어 율정리(栗亭里)로 개편되었다.

『輿地圖(여지도)』에는 사곡면 가교리에 밤나무골 즉 율리(栗里)가 나온다.

공주에는 수령110년이 되는 높이12m 둘레2.9m 최고령 밤나무(충남 공주시 정안월산길 103)가 있다.

이렇듯 공주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옛날부터 밤나무가 많았던 지역이다.

밤의 모양을 가리키는 말로는 이 밖에 '녹두밤, 덕석밤, 빈대밤, 왕밤, 쭈그렁밤' 같은 것이 있다. '녹두밤'은 알이 잘고 동글동글한 밤이고, '덕석밤'은 넓적하고 크게 생긴 밤을 이른다. '빈대밤'은 물론 알이 잘고 납작하게 생긴 밤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명명과 함께 밤의 품종은 국내 개발품종과 수입품종으로 나뉜다.

특히 국내 개발 품종으로는 광주올밤(廣州早栗, '중부 7호'), 백중밤(白中栗, '장암' 계열), 산대밤(山大栗, '중부 6호'), 산성밤(山城栗, '중부 26호'), 옥광밤(玉光栗, '중부 18호'), 장위밤(長位栗), 중흥밤(中興栗, '중부 17호'), '포천 B1호' 등이 있다.

그리고 외국에서 도입한 품종으로는 '단택'(丹澤/丹단자와), '대화조생'(大和早生 야마토와세), '삼조생'(森早生 모리와세), '유마'(有磨 아리마), '은기'(銀寄 긴요세), '이취'(伊吹 이부키), '이평'(利平 리헤이), '축파'(筑波 쓰쿠바), '풍다마조생'(豊多摩早生 도요타마와세) 등이 있다.

일본 밤 보다 알이 크고 질이 좋은 한국 밤은 일반적으로 감미가 높다.

특히 옥광밤(玉光栗)과 대보는 단단하고 겉껍질이 얇아서 군밤으로 먹기에 좋다. 병고밤은 수분 함량이 많아서 생밤으로 먹어도 좋다. 포르단(수락밤)은 속껍질이 잘 벗겨져 먹기에 좋다.

센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탁탁 껍질을 벗고 나오는 황금 같은 따뜻한 군밤은 구수하고 달콤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청장관(靑莊館)이덕무(李德懋1741~1793)는'양두섬섬(兩頭纖纖)'이라는 시(詩)에"膊膊爆栗(복복박박로폭율)복복박박 화로에 군밤 잘도 튀는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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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군밤 굽기 행사.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공주시(시장 최원철)는 공주를 대한민국 밤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기 위해 2024년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금강신관공원 일원에서 '2024 대한민국 알밤박람회 in공주'를 개최 했다.

행사장에는 공주 밤을 주재료로 한 각종 식품 및 주류 및 음료 등을 전시 판매함은 물론 공주에서 생산하는 농산물과 공산품을 전시하여 다양하게 먹고 즐길 수 있도록 알차게 준비가 되어 행사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금년 행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행사는'제7회 겨울공주 군밤축제'와 연계해 열리는데, 행사장에는 대형 원형 화로를 만들어 군밤을 굽도록 했다.

군밤축제가 열리는 대형화로(火爐)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 즐거운 표정으로 군밤을 구우며 즐거워하고 있다.

군밤하면 추운 겨울 밤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구멍 난 털장갑을 낀 군밤장수가 떠 올린다.

'평양사람 이재명(李在明, 1887~1910)은 1909년 12월 22일 군밤장수로 변장을 하고 종현 길가에서 밤을 굽고 있다. 이완용이 탄 인력거로 뛰어올라 일격에 그를 거꾸러뜨렸다.

이때 이완용이 탄 인력거꾼이 이를 막아서다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조소앙(趙素昻1887~1958추정) 선생이 쓴『유방집(遺芳集)』[독립운동가 82인의 열전]-

조선 중기 문신이며 학자인 계곡(溪谷) 장유(張維)[1587~1638]는 밤[栗]이 관절통에 좋다고 하며 다음과 같은 시(詩)를 지었다.

"屋後十園(옥후십묘원)우리 집 뒤편의 십 묘쯤 되는 동산 侯栗何(후율하진진)밤나무 숲 울창하게 우거졌는데 秋實競發(추실경하발)가을 되자 앞 다퉈 벌어지는 밤송이들 爛然鮮且勻(난연선차균)토실토실 알밤들 산뜻하게 빛나누나. 況聞健腰膝(황문건요슬)더구나 관절통에 특효라는 말도 있고 味珍仍益人(미진잉익인)맛도 썩 좋으면서 건강에도 도움 되어 園丁日有收(원정일유수)정원지기 날마다 밤톨을 주워 모아 波及遍比(파급편비린)이웃집에 골고루 나눠 준다네 寄語太史公(기어태사공)태사공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네 何必誇燕秦(하필과연진)연 나라 진 나라만 내세울 것 있겠는가."

영조 임금은 현기증과 해수(咳嗽)로 고생 할 때 의관 현재관은 임금에게 "반쯤 익힌 군밤이 약보다 낫습니다."라며 아뢰었다는 내용이 나온다.『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영조 8년 (1732) 9월 29일 밤이 관절통이나 현기증과 해수(咳嗽)에 얼마나 좋은지 그 의학적 근거가 불분명하지만 생율(生栗)은 생율대로 깐밤은 깐밤대로 그 쓰임새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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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밤.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공주의 각 농협에서 생산자들로부터 수매한 밤[栗]을 모아 판매를 하는 공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에 의하면 2023년 밤 출하량이 1700톤, 85억의 매출을 올렸으며, 2024년에는 2000톤에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금년에는 농협무역과 희창물산을 통해 약 20여 톤 정도 LA 등 북미에 수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의 고유 음식문화가 변해 낯설어 졌지만 우리말에 '밤'을 음식의 재료로 한 말이 많다. '율란(栗卵), 찹쌀가루에 대추 따위를 섞어 꿀에 반죽하고, 계피 · 생강 · 깨 · 잣가루 같은 것을 꿀에 버무려 소를 넣은 다음 송편처럼 만들어 기름에 지진 웃기떡 밤주악, 밤경단, 밤다식(茶食), 밤단자(團子·團), 밤떡, 밤밥, 밤설기, 밤암죽, 밤주악, 밤을 삶아서 거른 물이나, 밤 가루를 푼 물에 쌀을 넣고 쑨 밤죽[栗子粥], 날밤을 물에 담갔다가 맷돌이나 강판에 갈아서 낸 즙을 익혀서 묵처럼 만든 밤즙, 밤으로 만든 과자다. 황밤이나 생밤을 푹 삶아 꿀을 넣고 조린 뒤 으깨어 계핏가루와 잣가루를 뿌려 만들거나, 삶은 밤을 벗겨 꿀을 넣고 푹 끓인 다음 으깨어 계핏가루를 뿌려 만든밤초' 같은 말이 그것이다. 밤으로 많은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먹어 보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도 여럿 있다.

밤은 날로 먹기도 하고, 삶거나 구워서 먹기도 하며, 여러 가공 식품에 쓰이기도 한다.

중소식품공장에서'양갱'이나 '식빵''떡'의 재료로 '밤앙금''밤다이스'를 만들거나 직접 '맛밤','밤빵','밤과자','밤떡'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밤이 소비되고 있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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