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해외동포 2세인 남지은 문화유산회복재단 연구원은 26일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임병안 기자) |
26일 오후 세종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남지은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연구원은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부모님과 함께 폴란드로 이주해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폴란드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며 우리는 생각하는 것부터 행동까지 왜 다른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컸던 남 연구원은 재외동포재단의 모국 초청 장학생에 선발돼 성인이 되어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심리학을 전공해 정체성에 대해 공부하고 국가 간의 차이를 살피는 국제교류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2020년부터 충남 아산에 본부를 둔 (재)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 연구원으로 합류해 영어 실력과 탁월한 국제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반출 문화재 반환운동에 나서고 있다.
대전을 대표하는 조선 중기 대학자 우암 송시열 선생의 저서와 시문 등을 모은 '송자대전' 목판을 비롯해 조선말 유학자 이진상의 한주선생문집 목판 등을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서 국내로 환수했는데 이때 소장자를 수소문해 찾아가 반환을 이끈 이가 남 연구원이다. 또 지난해 5월에는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3개국 박물관을 연속 방문해 수장고 속에 한국 문화유산을 조사했다. 이때 체코국립박물관 수장고에서 고려청자와 칠기 공예품, 민속화· 불화 등 미술품, 각종 탈 등 수백 점에 달하는 한국 문화유산을 확인했다.
남 연구원은 "동포분들이 동유럽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현지 박물관에서도 수장고에 보관은 하고 있으나 출처와 역사를 자기들은 알 수 없다며 저희 방문을 무척이나 반가워 했다"라며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우리 문화재가 발견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 문화재가 생각보다 해외 반출을 심하게 겪었고 동포사회에 제보를 받거나 협력을 통해 반환에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 연구원은 해외 박물관뿐만 아니라 개인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에 대한 조사와 반환 노력을 강조하고, 해외에서 돌려 받은 반환 문화재를 전시하고 널리 알릴 공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원은 "미국에서 반환한 송자목판 글자에 금니를 입힌 것은 소장자가 벽에 걸어 전시할 때 보기 좋도록 손을 댄 것인데 이러한 배경과 출처에 대한 설명 없다면 문화재에 담긴 역사를 충분히 담아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문화재에 출처표시를 강조하고, "문화재 반출과 그에 대한 반환은 세계 여러 국가가 겪는 현안 과제인데 한국이 리더가 되어 유엔의 국제기구를 만드는 일을 기획해 참여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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