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등 여파에 따라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신청해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집합건물, 토지, 건물)는 2023년 163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325건)보다 1312건 늘어난 수치로 1년 새 5.04배 급증했다. 2019년 430건, 2020년 322건, 2021년 253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22년 들어서면서 증가세로 전환됐다. 대전은 지난해 서울(1만 6720건), 경기(1만 3785건), 인천(1만 177건), 부산(3324건)에 이어 17개 시도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대전의 경우 2022년부터 전세사기가 수면 위에 오르기 시작해 100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바 있다. 5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는 1167명으로 집계됐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기간 만료 후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할 때 임차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거주 이전할 시 세입자 권리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면서 보증금 반환에도 차질을 빚는다. 만일 등기부등본에 임차권 등기가 되면 이사를 해도 이러한 권리가 유지된다.
임차권 등기 급증은 2022년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급증한 것과 함께 전셋값 급락으로 역전세 문제가 심화하면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2023년 7월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임대인에게 고지되기 전이더라도 임차권등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것도 신청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전국적으로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만 5445건(집합건물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1만 2038건)의 3.8배에 달하는 규모로, 대법원이 2010년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를 공개한 이후 최다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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