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대전사회혁신센터장 |
고등학교에서 발간되었던 종이신문은 학생들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눈높이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매체였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중심이 된 지금 시점에서 종이신문은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럼 에도 종이신문이 지니는 의미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 종이신문은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까? 이 특별한 매체 안에는 어떤 다채로운 경험이 담겨 있을까?
우선, 고등학교 신문은 학생들의 목소리와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창구로 작용한다. 학교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이 종이신문의 페이지 위에 자리하며,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학생들 간의 연대감을 증진 시키고, 학교 커뮤니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글쓰기와 편집 능력을 향상 시키는 훌륭한 플랫폼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주제를 조사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표현력을 길러 나간다. 특히, 편집과정에서는 팀워크와 리더십을 발휘하며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레이아웃, 디자인, 사진 촬영, 편집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특기를 발견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이는 학생들이 미래에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다양한 시선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경험을 만들어준다.
또한 학생들에게 사회 참여와 책임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학교나 지역사회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기르고, 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적인 변화에 기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학교신문은 이미지가 중심이고, 숏폼이 중심인 시대에서도 주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전시사회혁신센터는 이러한 가치를 다시 조명하고 지역 내 고등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고등학교신문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고등학교 신문 복원 프로젝트는 고등학생 기자단을 선발하고 이들의 글을 바탕으로 종이로 인쇄된 신문 '대전사계'를 발행했다. 그리고 대전사계는 이번 주 대전 62개 고교로 배포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전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여론 형성 커뮤니티 활성화'와 '인터넷 신문 확산으로 소멸한 고등학교신문의 복원'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었던 사람이라고 하면 기자단으로 활동한 학생들이다. 기사를 쓰고, 종이신문으로 발간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 학생들은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서 종이신문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확실히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라짐 속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키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종이신문이 고등학생들의 손에서 다시 탄생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고 연속된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활동을 이어갔으면 한다. 핸드폰으로 본 기사보다 종이신문에 기록된 글은 빠르게 휘발되지 않고, 글쓴이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침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199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이 지금에 와서 현대적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그 유행을 따라 하기도 한다. 신문도 그러한 레트로 열풍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종이신문을 따라 함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에게 소통과 창의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을 함께 심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어쩌면 그 어떤 레트로 유행보다 성장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컨셉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고등학교 신문 복원 프로젝트가 사회혁신센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더 다양한 학교와 교육현장에서 복원되고 학생들이 직접 자신 이야기를 폭넓게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 그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육기관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학생들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다.
이상호 대전사회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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