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준공 상태에서 주민들 삶이 시작된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에 소화전과 송신기가 불능화된 상태에서 작동 가능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1월 24일 찾은 대전 유성구 노은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지상 15층 규모의 노은시티빌은 196세대가 입주한 아파트면서 완공되지 않은 공사 중 건물이다. 월드컵축구 열기가 식지 않은 2003년 착공했으나 2004년과 2007년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결국 2009년께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사대금을 받으려는 업자가 입주하면서 분양자들도 피해를 막으려 뒤따라 세대에 거주를 시작했다. 11층까지 골조만 올라간 상태에서 거주를 시작한 입주민들은 추가 분담금을 납부해 설계대로 15층까지 공사를 마쳤으나 소방시설을 갖추지 못해 준공승인을 받을 수 없었다.
대전 한 아파트 소방설비에 전원이 꺼진 채 설비되어 있다. |
아파트에 10여 년 거주한 주민 A(75)씨는 "주거와 상가시설이 혼합된 15층 건물에 복도에 놓인 휴대용 소화기가 화재를 대비할 유일한 장비여서 난방기를 사용하는 겨울철에 특히 불안하다"라며 "장기수선충당금을 수년째 냈고 소방시설을 곧 갖출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은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분양자대책위원회는 2003년 이곳 주상복합 아파트를 시행한 건설사가 건축주 권한이 살아 있어 지금 당장 직접 소방시설 공사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행 및 건설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건축주 명의변경 소송에서 승소 시 대책위가 자체 비용으로 소방설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 전에 지자체가 소방시설과 주민안전에 대해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분양자대책위 관계자는 "현시점에 저희가 직접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비용문제가 아니라 건축주 자격을 확보하지 못한 법률적 문제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지자체와 대안을 함께 마련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