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설비 갖추지 못한 200세대 아파트 '불안한 겨울나기'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소방설비 갖추지 못한 200세대 아파트 '불안한 겨울나기'

대전 유성구 196세대 아파트 미준공 상태
소화전·감지기·방화셔터 불능에 소화기뿐
"건축주 변경소송때까지 지자체 함께 논의를"

  • 승인 2024-01-25 08:25
  • 신문게재 2024-01-25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40124_175817437_edited
미준공 상태에서 주민들 삶이 시작된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에 소화전과 송신기가 불능화된 상태에서 작동 가능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의 한 아파트가 화재 시 소방수를 뿌리는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위험한 상황을 알리는 세대 방송시설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주민 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2003년 착공했으나 준공하지 못해 행정 서류상 공사 중인 건물에 200여 세대가 생활하는 것으로 소방과 안전에 대책이 요구된다.

1월 24일 찾은 대전 유성구 노은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지상 15층 규모의 노은시티빌은 196세대가 입주한 아파트면서 완공되지 않은 공사 중 건물이다. 월드컵축구 열기가 식지 않은 2003년 착공했으나 2004년과 2007년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결국 2009년께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사대금을 받으려는 업자가 입주하면서 분양자들도 피해를 막으려 뒤따라 세대에 거주를 시작했다. 11층까지 골조만 올라간 상태에서 거주를 시작한 입주민들은 추가 분담금을 납부해 설계대로 15층까지 공사를 마쳤으나 소방시설을 갖추지 못해 준공승인을 받을 수 없었다.

KakaoTalk_20240124_175848579_edited
대전 한 아파트 소방설비에 전원이 꺼진 채 설비되어 있다.
이날 찾은 해당 아파트에 소화전은 설치됐으나 처음부터 작동불능 상태로 밸브를 열어도 소방수가 나오지 않았다. 또 버튼을 누르면 비상벨을 요란하게 울리는 발신기는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세대 내 재감지기는 마련되지 않았고, 대피를 알릴 때 유용하게 쓰이는 방송시설도 없는 실정이다. 도넛처럼 중앙통로가 1층부터 15층까지 개방돼 연결된 구조로 화재 시 연기를 차단하는 방화셔터가 설계에 있었으나 역시 설치되지 않아 연기 피해에도 취약한 상황이다.

아파트에 10여 년 거주한 주민 A(75)씨는 "주거와 상가시설이 혼합된 15층 건물에 복도에 놓인 휴대용 소화기가 화재를 대비할 유일한 장비여서 난방기를 사용하는 겨울철에 특히 불안하다"라며 "장기수선충당금을 수년째 냈고 소방시설을 곧 갖출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은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분양자대책위원회는 2003년 이곳 주상복합 아파트를 시행한 건설사가 건축주 권한이 살아 있어 지금 당장 직접 소방시설 공사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행 및 건설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건축주 명의변경 소송에서 승소 시 대책위가 자체 비용으로 소방설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 전에 지자체가 소방시설과 주민안전에 대해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분양자대책위 관계자는 "현시점에 저희가 직접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비용문제가 아니라 건축주 자격을 확보하지 못한 법률적 문제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지자체와 대안을 함께 마련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